99 대 1 투쟁, 그 다음은 지난 주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를 보면서 문득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케케묵은 구호가 생각난 게 아주 뜬금없는 건 아니다. 시위의 성격과 전개양상에 비추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이 시위는 분노한 사람들이 80여개 나라, 900여 도시에서 동시에 벌였다. 단결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에 분노한 사람들인가. 뭉뚱그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마르크스식으로 분류하면 부르주아지가 아닌 프롤레타리아트, 곧 노동자다. 이들은 다수다. 얼마 전까진 이들을 선택된 20%에 끼지 못한 80%라 불렀는데 이번엔 이들 스스로 “우리는 99%다”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더보기 [여적] 어떤 박봉타령 박봉의 다른 표현인 ‘쥐꼬리만한 봉급’은 절묘한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기막힌 표현은 우리말에만 있지 않나 한다. 월급날이 와도 많은 가장들의 어깨를 처지게 만드는 게 쥐꼬리만한 봉급이다. 벌써부터 마누라의 ‘쥐꼬리…’ 타박이 들리는 것 같아 편치 않다. 이래저래 박봉에 시달리는 서민과 쥐꼬리만한 봉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조현오 경찰청장(오른쪽 사진)이 박봉과 낮은 처우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왜 (장관이 아닌) 차관급 보수를 받아야 하느냐”며 “내가 휴가를 가나, 주말에 쉬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쥐꼬리…’란 말만 안 썼지, 그 심정이 서민들의 박봉타령이나 진배없어 보인다. 설마 경찰청장이 그럴 리가,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의 말을 더 .. 더보기 [여적] 홀대받는 한국어 강좌 한국어의 위상 확대와 국제어화가 날로 새롭다. 이곳저곳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소식들이 들린다. 며칠 전엔 일본인으로 한글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학자가 된 노마 히데키 교수의 책 이 언론에 소개됐다. 1983년 서른살에 도쿄외국어대에 들어가 조선어학을 전공한 그는 한글을 ‘세계문자사의 기적’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글 창제는 중세의 지적 혁명이며 충격이었다. 그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쓰기’와 ‘언어’에 대한 얼마나 무서울 만큼의 이해력과 분석력과 창조력을 통해 새롭고 과학적인 문자를 만들어 냈는지를 밝히고 있다. 한글의 빛나는 과학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논증한다. 참 대견스럽다. 인도네시아 부톤섬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된 것도 한글의 과학성을 유감없이 입증한 사례다. 2.. 더보기 이전 1 ···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