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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 장의 사진  때론 낡은 책갈피 사이에서 툭 떨어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흘러간 노랫가락이 떠오르기도 한다.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여운의 ‘과거는 흘러갔다’) 이렇게 사진은 우리 인생 한 장면의 소묘로 남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드물게는 역사를 바꾸는 계기로서의 역할도 한다. 여기 멍한 얼굴로 아버지의 영정을 끌어안고 있는 어린 사내아이 사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어느 외신이 찍었다는 이 사진은 다른 어떤 현장사진 못지않게 그 시대 그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 준다. 기록·보도사진을 얘기하려면 전설적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를 빼.. 더보기
비논리 나라 대한민국은 비논리적인 나라다.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려 한다. 편의상 조선일보가 15일자로 쓴 ‘해경 살해 앞에 고개 처박고 벙어리된 한국 좌파의 국적’이란 사설을 예로 시작하자. 이 사설은 중국 불법어로 선원들이 우리 해경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한국 좌파’들의 침묵을 비판하며 다른 두 사건과 비교했다. 하나는 2002년 6월 발생한 여중생 효순·미선양 사망사건이고, 다른 것은 목하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다. 사설에 따르면 여중생 사망사건이 터지자 좌파들은 미군의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를 고의적 살인사건으로 몰아가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또 좌파들은 한·미 FTA에 담긴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며 지금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설은 이렇게 난.. 더보기
[여적] 논점이탈 논리학에서 다루는 대표적 오류로 ‘논점이탈’이 있다. 가령 산신령과 금도끼 일화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게 네 도끼냐”고 묻는다면 나무꾼은 “네, 맞습니다”라거나 혹은 “제 것이 아닙니다”고 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금도끼는 쇠도끼보다 값은 비싸지만 실용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면 그건 논점에서 벗어나 엉뚱한 대답을 한 셈이 된다. 이것이 논점이탈의 오류다. “왜 게임을 불법복제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게임은 너무 비싸. 아니, 요즘 물가 자체가 너무 높아. 그래서 우리나라가 힘든 거야”라고 했다면 이것도 논점이탈이다. 불법복제의 이유를 대는 듯하더니 차츰 나라살림 쪽으로 얘기가 빗나갔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한참 비판하는데, 대뜸 왜 북한 비판은 안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