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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홀대받는 한국어 강좌

한국어의 위상 확대와 국제어화가 날로 새롭다. 이곳저곳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소식들이 들린다. 며칠 전엔 일본인으로 한글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학자가 된 노마 히데키 교수의 책 <한글의 탄생>이 언론에 소개됐다.
1983년 서른살에 도쿄외국어대에 들어가 조선어학을 전공한 그는 한글을 ‘세계문자사의 기적’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글 창제는 중세의 지적 혁명이며 충격이었다. 그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쓰기’와 ‘언어’에 대한 얼마나 무서울 만큼의 이해력과 분석력과 창조력을 통해 새롭고 과학적인 문자를 만들어 냈는지를 밝히고 있다. 한글의 빛나는 과학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논증한다. 참 대견스럽다.

노마 히데키 교수 /경향신문DB


인도네시아 부톤섬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된 것도 한글의 과학성을 유감없이 입증한 사례다. 2년 전 말만 있고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어에 한글이 도입됐다. 그 전까지 영어 알파벳이나 아랍문자를 써 봤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찌아찌아어에 많은 격음과 마찰음 표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글은 이 말을 표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특히 현대 우리말에선 사라진 ‘순경음 ㅂ’이 이들 발음과 거의 일치했다.
몇 해 전 옥스퍼드대가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 편의성 등을 기준으로 세계 모든 문자들의 순위를 매겼는데 이때 1위는 단연 한글이었다. 유네스코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말만 있는 언어 2900여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았는데 최고 평가를 받은 것은 역시 한글이었다.

찌아찌아족 초등학생들이 새로 받은 한글표기 찌아찌아어 교재를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한류열풍도 한국어의 국제화에 기여한다. 한국의 K팝, 드라마, 영화, 음식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말도 배우고 싶어진다. 이에 따라 여러 국내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의 국적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제네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모처럼 개설된 한국어 강좌가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연인즉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에 이은 ‘특허 5대 강국’으로, 한국어는 2007년 10개 국제특허 출원 공용어로 채택됐고 강좌도 열렸다. 그러나 WIPO가 올해 강좌개설 요건을 까다롭게 한 데다 한국 특허청과 주 제네바 대표부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개설이 무산됐다고 한다. 여기에도 관심과 정성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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