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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완벽한 정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바로 얼마 전 김두우, 신재민 등 측근 비리가 터진 정권의 최고 책임자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 황당한 말이 대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DB>
 
대통령은 청와대의 냉철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고통스러운 기간을 통해서 긍지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일하는 보람이 생기는 것 아니냐, 그리고 이번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 뒤에 ‘완벽한 정권’ 얘기를 했다. 그 다음엔 “가장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청와대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당당하게 더 적극적으로 일하자”고 당부했다. 이해하자면 어수선한 청와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격려 차원에서 한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는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도 “이 정권이 탄생할 때 처음으로 깨끗한 정권이 탄생했다”면서 “(측근비리는)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와 공직생활을 구분을 못해 생긴 일”이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렇게 문맥을 이해해도 대통령의 발언 방식과 언어구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건 없다. 사람도 그렇거늘 황차 정권에서 도덕적 완벽성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세속정치만이 아니라 신정정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만약 ‘북조선은 인권문제가 없는 완벽한 국가’라고 한들 누가 믿겠나. 따라서 함부로 도덕적 완벽성을 입에 올리고 강조하는 정권이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거나 자기도취, 독선, 기만적 심리의 소산일 공산이 크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인 것이다. 

파시즘 연구가 아도르노는 “파시즘은 스스로의 논리적 불일치를 깨닫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일치와 비일관성이 반성을 일으키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일상화한다는 것이다. 비약과 비논리의 일상화는 파시즘으로 가는 통로다. 한 누리꾼은 “무슨 약을 먹길래 저렇게 현실과 정반대의 의식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란 댓글을 올렸다. 답은 먼 데 있지 않다. 착각과 독선이란 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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