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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역사왜곡의 죄 먹물 들어간 사람치고, ‘역사의식이 없다’란 평을 듣고 기분 나쁘지 않을 이 없다. 그 불쾌감은 ‘인간성이 안 좋다’는 평가와는 또 다른 느낌일 거다. 역사의식이란 나와 우리의 존재를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인식하느냐일 터인데,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것은 개인 차원의 얘기지만 국가·사회로 범위를 넓혀도 매한가지다. 역사란 개인을 넘어선 집단의 기억, 기록이기에 국가·사회가 여하한 역사의식을 갖고 사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역사왜곡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성향 중학교 교과서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한·일 강제병탄이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식민지 정책이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기술한 것에 대해 한국은 역사왜.. 더보기
서울시장 선거와 그 후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수많은 관전평·분석글들이 나왔지만 필자도 이 선거에 대한 개인적 소회로부터 말문을 열고 싶다. 지금 복기해도 손색없을 만큼 정치적 의미가 큰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 필자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했다. 한나라당의 비공식 자체 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지옥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 색깔론, 네거티브 공세에 안 넘어 갈 리 있나, 이 나라 민초들이. 내년 선거도 날 샜다. 1 대 99의 양극화는 더 고착화하겠구나. 그런 심리상태 때문이었는지 방송3사의 첫 출구조사 발표 1보마저 오독했다. 내 눈엔 분명 나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앞선 걸로 읽혔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반대였다. 갑자기 지옥이 천국으로 바뀌었다. 당선된 박 시장은 .. 더보기
[여적] 괴담을 좇는 사회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은 얼마 전 글에서 “올여름 영화시장에서도 한국 공포영화는 (북미 영화시장과는 반대로) 단 한 편의 예외도 없이 흥행에서 전멸했다”면서도 한 가닥 미련을 표시했다. “어찌 됐건 확신을 가져볼 만한 부분은, 한국은 여러 모로 ‘괴담의 나라’는 맞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각종 도시괴담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정치사회적 문제들과 연관된 괴담들도 대거 창궐하는 환경이다. 불안과 공포가 사회전반에 깔려있다. 공포 장르가 안될 리가 없는 환경이다.” 여기까진 잘된 분석이다. 그러나 그가 영화인들에게 “용기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해 보길 기대한다”라고 독려한 부분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한다. 그의 진단대로 한국은 현실이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럽다. 바로 그것 때문에 어지간한 공포영화론 대박은커녕 본전찾..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