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정치·정치인의 영역 근착(近着) ‘이코노미스트’지가 요즘 이탈리아 정정 기사 제목을 ‘더 풀 몬티’라고 붙였다. 신임 총리의 이름이 마리오 몬티임에 착안해, 라는 영국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잡지는 가끔씩 문학·예술에서 따온 제목이나 인용문을 구사해 감칠맛을 준다. 영화 는 실직한 철강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에 나서는 얘기를 유쾌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렸다. ‘풀 몬티’는 영국 속담으로 ‘홀딱 벗는다’는 뜻이다. 영화 (1998) 이 제목은 몬티 총리가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암시한다. 몬티는 악명높은 난봉꾼 총리 베를루스코니로부터 문자 그대로 부실정권을 물려받았다. GDP의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 규모의 정부부채를 줄여 2013년 말까지 균형재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가 경제위기의 구원투수이.. 더보기 [여적] 대통령의 자존심 자존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조건이다. 하지만 구태여 일개 서생과 대통령의 자존심을 비교한다면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공적 영역에서 대통령의 자존심은 국가적 자존심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지 않는지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국가적 자존심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드골은 많은 프랑스 국민에게 ‘프랑스의 자존심’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런던에서 BBC방송으로 대독 항전을 독려할 때나 대통령이 돼 ‘위대한 프랑스’를 내걸고 독자적 외교를 펼칠 때나 드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자존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의 품격과 명예를 지키려 했다. 그는 죽으면서까지 자존을 지켰다. 자기 장례식은 국장을 원치 않는다며 추도사, 장송곡, .. 더보기 [여적] 질문하는 직업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다.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이 정의가 맘에 든다. 게다가 아무나 만나는 직업이다. 둘을 묶으면 기자는 아무나 만나 질문하는 직업이다. 이것은 기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팔자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자라고 하면 누굴 만나고 묻는 것에 일단 관대하다. 다른 사람이라면 꺼릴 질문이라도 기자에겐 허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기자들에겐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는 의식도 있다. 물론 바로 기자란 이유로 격렬한 거부감에 부닥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기자가 되면 빨리 이 생리를 터득하도록 조련된다. 경찰서, 병원 영안실은 좋은 훈련장이다. 영안실에 들어서면 영정과 조화를 살피며 사건 냄새를 맡고 질문을 던진다. 때론 예의없고 불손하게 받아들여지더라도 할 수 없다. 고인은 어떻게 돌아가셨습.. 더보기 이전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