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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논점이탈 논리학에서 다루는 대표적 오류로 ‘논점이탈’이 있다. 가령 산신령과 금도끼 일화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게 네 도끼냐”고 묻는다면 나무꾼은 “네, 맞습니다”라거나 혹은 “제 것이 아닙니다”고 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금도끼는 쇠도끼보다 값은 비싸지만 실용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면 그건 논점에서 벗어나 엉뚱한 대답을 한 셈이 된다. 이것이 논점이탈의 오류다. “왜 게임을 불법복제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게임은 너무 비싸. 아니, 요즘 물가 자체가 너무 높아. 그래서 우리나라가 힘든 거야”라고 했다면 이것도 논점이탈이다. 불법복제의 이유를 대는 듯하더니 차츰 나라살림 쪽으로 얘기가 빗나갔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한참 비판하는데, 대뜸 왜 북한 비판은 안 하.. 더보기
[여적] 비(非)논리·사(詐)논리 중국 불법어로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사건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전연 없는 ‘한국 좌파’들을 비난하는 주장들이 눈길을 끈다. ㅈ일보는 어제 ‘해경 살해 앞에 고개 처박고 벙어리 된 한국 좌파의 국적’이란 사설을 썼다. 말이 사설이지, 밑도 끝도 없이 ‘좌파’에 대한 격렬한 저주로 일관하고 있다. 사설은 국민적 분노가 높은데 좌파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 철조망을 넘어 공사장에 난입하고 경찰을 위협하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12월 16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2002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을 때 좌파들이 드러낸 격렬한 반응을 회고했다. “여중생들의 시신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부시 대통령은 .. 더보기
[여적] 역사에 떠넘기기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암살되기 하루 전날, 그러니까 1963년 11월21일 매사추세츠주 상원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가 훗날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설 때 역사는 우리에게 네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은 참으로 용감한 인간이었나. 현명한 인간이었나. 성실한 인간이었나. 헌신하는 인간이었나.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가치가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이 연설은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내용이 되고 말았다. 케네디가 아니더라도 정치인들은 자고로 역사란 말을 가장 즐겨 입에 올리는 부류였다. 그 레토릭은 다양하지만 ‘역사의 심판대’처럼 대체로 엄숙하다. 이들은 역사를 창조하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많이 쓰는 말투로는 단연 “내 공과는 후세 사가들의 평가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