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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피장파장의 오류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제명안이 지난해 여름 국회에서 부결됐다.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그 전해 7월에 있었고 한나라당은 그를 곧 제명해 무소속으로 만들었지만 의원 제명은 여의치 않았다. 표결에 앞서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은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예수의 말을 인용해 그를 감쌌다. “당신들은 깨끗한가. 그렇지 않다면 제명시킬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 발언에 설득돼 “그만한 일로 제명당하면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마음을 돌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지 강 의원은 금배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성희롱 발언 파문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가 논리학에서 말하는 피장파장의 오류' 덕분에 의.. 더보기
[여적] 20대 지도자 창졸간에 아버지 김정일의 급서로 북한 권좌에 오른 김정은을 보면서 필자는 2300여년 전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를 생각하게 됐다. 이는 몇 가지 점에서 전혀 뜬금없는 게 아니다. 우선 북한의 3대째 권력승계는 세습왕조란 비판의 설득력을 강화했다. 공산주의 역사에 이런 3대째 세습은 유례가 없다. 둘째, 부왕 필리포스 2세가 암살되고 왕위에 올랐을 때 알렉산드로스의 나이는 20살이었다. 김정은도 20대 후반에 나라를 물려받았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세번째 대목이다. 정복전쟁에 나선 알렉산드로스는 소아시아의 고르디우스에서 신전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는 마차를 만났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는데, 매듭이 어찌나 단단한지 아무도 못 풀었다. 알렉산드로스.. 더보기
[여적] 한 장의 사진  때론 낡은 책갈피 사이에서 툭 떨어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흘러간 노랫가락이 떠오르기도 한다.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여운의 ‘과거는 흘러갔다’) 이렇게 사진은 우리 인생 한 장면의 소묘로 남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드물게는 역사를 바꾸는 계기로서의 역할도 한다. 여기 멍한 얼굴로 아버지의 영정을 끌어안고 있는 어린 사내아이 사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어느 외신이 찍었다는 이 사진은 다른 어떤 현장사진 못지않게 그 시대 그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 준다. 기록·보도사진을 얘기하려면 전설적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를 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