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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조선족’이란 일반화 필자는 러시아 특파원이던 1990년대 중반 모스크바 거리에서 희한한 광경을 접하곤 했다. 경찰이 순찰차 안에서 지나가는 사내를 불러 ‘도쿠멘트이(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속절없이 불려가는 사내들은 대부분 까무잡잡한 피부의 체첸,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카프카스 출신들이었다. 러시아는 당시 체첸과 내전 중이었고 카프카스 출신들 가운데 범죄자가 많다고들 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 지나가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그것도 차 안에서 불러 검문을 하다니.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것인데, 대단한 사회적 차별구조의 표출로 느껴졌다. 어떤 사건이 특정 민족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드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는 역시 9·11 테러다. 9·11 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 내 아.. 더보기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치적 DNA 가령 새누리당이 다음주 총선에서 승리하고 내쳐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누리당 정권은 연속성을 갖게 된다. 즉 대망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좌파 재집권 야욕을 막고…” 등 벅찬 수사도 동원될 터이다. 한데 새누리당의 정권 연속성·재창출론엔 묘한 구석이 있다. 자꾸 과거와의 단절, 차별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 라디오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친박 쪽 핵심 관계자는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리더십, 돈봉투 등 구태, 거수기 정치, 공천 학살, 약속을 뒤집는 관행 등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박근혜가 말한 과거와의 단절은 이명박과의 단절로 보.. 더보기
[여적] 죄와 벌 천재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은 심오한 소설이지만 주제의식을 단순화하면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작가만큼이나 병적, 정신분열적 인간이다. 이름 자체에 ‘분열하다’란 뜻이 숨어 있다. 이 가난한 대학생 무신론자는 골방에서 선과 악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정립한다.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해 도덕률을 넘어설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 사회의 기생충에 불과한 저 전당포 노파를 죽여도 된다.” 그는 이 생각을 용감하게 실천했지만 그를 기다린 건 뜻밖에도 극심한 죄의식이었다. 소설이 말하려 한 게 ‘누구든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또는 ‘죄 짓고는 못 산다’인지도 모르겠다.#인양된 천안함 선체. 처참하다.소설 아닌 현실에서도 우리는 자주 죄와 벌을 말하고 법치를 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