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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푸틴과 표도르  러시아의 강자 두 사람이 만났다. 최고권력자 블라디미르 푸틴과 종합격투기의 영웅 표도르 에밀리아넨코다. 며칠 전 푸틴 총리가 모스크바에서 표도르와 미국 선수가 대결을 벌인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최근 3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표도르가 이날 모처럼 승리를 거두자 푸틴은 링 위로 올라가 그를 축하했다. 그런데 좀체 있을 것 같지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2만여 관중이 ‘우’ 하는 야유와 휘파람을 보냈다. 푸틴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푸틴과 표도르 푸틴은 표도르를 옛 러시아의 전사 ‘보가티르’라고 칭송하며 박수를 유도해 곤경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러시아 안팎에선 내년 4월 대통령직 복귀를 선언한 푸틴에 대한 식상함, 피로감이 실체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푸틴은 격투기 영웅 표도르가 .. 더보기
[여적] 정치·정치인의 영역 근착(近着) ‘이코노미스트’지가 요즘 이탈리아 정정 기사 제목을 ‘더 풀 몬티’라고 붙였다. 신임 총리의 이름이 마리오 몬티임에 착안해, 라는 영국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잡지는 가끔씩 문학·예술에서 따온 제목이나 인용문을 구사해 감칠맛을 준다. 영화 는 실직한 철강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에 나서는 얘기를 유쾌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렸다. ‘풀 몬티’는 영국 속담으로 ‘홀딱 벗는다’는 뜻이다. 영화 (1998) 이 제목은 몬티 총리가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암시한다. 몬티는 악명높은 난봉꾼 총리 베를루스코니로부터 문자 그대로 부실정권을 물려받았다. GDP의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 규모의 정부부채를 줄여 2013년 말까지 균형재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가 경제위기의 구원투수이.. 더보기
[여적] 대통령의 자존심 자존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조건이다. 하지만 구태여 일개 서생과 대통령의 자존심을 비교한다면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공적 영역에서 대통령의 자존심은 국가적 자존심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지 않는지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국가적 자존심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드골은 많은 프랑스 국민에게 ‘프랑스의 자존심’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런던에서 BBC방송으로 대독 항전을 독려할 때나 대통령이 돼 ‘위대한 프랑스’를 내걸고 독자적 외교를 펼칠 때나 드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자존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의 품격과 명예를 지키려 했다. 그는 죽으면서까지 자존을 지켰다. 자기 장례식은 국장을 원치 않는다며 추도사, 장송곡,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