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서 다루는 대표적 오류로 ‘논점이탈’이 있다. 가령 산신령과 금도끼 일화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게 네 도끼냐”고 묻는다면 나무꾼은 “네, 맞습니다”라거나 혹은 “제 것이 아닙니다”고 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금도끼는 쇠도끼보다 값은 비싸지만 실용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면 그건 논점에서 벗어나 엉뚱한 대답을 한 셈이 된다. 이것이 논점이탈의 오류다.
“왜 게임을 불법복제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게임은 너무 비싸. 아니, 요즘 물가 자체가 너무 높아. 그래서 우리나라가 힘든 거야”라고 했다면 이것도 논점이탈이다. 불법복제의 이유를 대는 듯하더니 차츰 나라살림 쪽으로 얘기가 빗나갔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한참 비판하는데, 대뜸 왜 북한 비판은 안 하느냐고 따진다면 논점이탈이다. 북한 문제로 들어가면 비판할 게 천지인 건 맞다. 하지만 주제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에게 일상화한 논점이탈이 가장 상습적으로 저질러지는 곳이 정치판이다. 또 그것을 전달하는 언론이다. 지난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때 이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것에 대해 여당과 수구언론이 보인 행태도 논점이탈의 전형이다. 날치기란 본질은 어디로 가고 최루탄 소동에 대한 성토만 난무했다. 여야가 정치공세입네, 본인에 대한 음해입네 공방을 벌이는 수작 속에도 논점이탈이란 노림수가 묻어 있다. 부패사건이라도 발생하면 너의 정권 때도 그랬지 않느냐는 식의 물타기용 양비론이 고개를 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사코 아시아여성기금 같은 민간기구를 통해 ‘성의’를 보이겠다는 것도 법적 배상책임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논점이탈이요 꼼수다.
아르메니아 대학살, 1915. 산 채로 불태워진 주검들.
프랑스 의회가 지난 세기 초 터키의 전신 오토만 제국에 의해 저질러진 아르메니아인 대량살해가 ‘대학살(제노사이드)’임을 공개석상에서 부인하면 처벌하는 국내법을 추진하자 터키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우리 역사에서 제노사이드는 찾을 수 없다”며 프랑스는 알제리와 르완다에서 자신이 저지른 더러운 유혈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덮기 위한 논점이탈과 본질호도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입력 : 2011-12-18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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