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언어 모스크바 대학 시절 고르바초프는 “진리는 늘 구체적이다”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것은 헤겔의 말로, 추상적인 진리란 없으며 진리는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한 번은 란 영화를 보고 고르바초프는 매우 분개했다. 영화 속 농민들은 풍성한 식탁에 행복해하고 있으나 시골 콜호스 출신인 그는 영화가 거짓 선전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가 소련 최고지도자가 된 그를 페레스트로이카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실패한 것이 우유부단과 과단성 부족 탓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설적이다. 말을 잘하는 건 두 가지 점에서 어렵다. 생각을 정리해 발화(發話)하는 단계, 그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단계다. 그것이 장삼이사의 일상어라면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더보기 [여적] 구제역 못잡아놓고 ‘다방농민’ 탓하는 정부 이문구의 자전적 연작소설 가운데 ‘여요주서(與謠註序·1976)’에서는 옛날 시골 다방 풍경이 작가 특유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펼쳐진다. “나봐 미쓰 정, 내게 즌화 온 거 웂어? 누구 챚어오지 않았어?”종업원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봐― 나 좀 봐― 공보실에서두 아무 거시기 웂었구? 아니 대일기업으 강 사장헌티서두 전화가 웂었다 그게여? 이상헌디. 나봐― 즌화는 왔는디 누구 다른 것이 잘못 받은 거 아녀? 그럴리사 웂는디. 나봐, 거북선 있으면 한 갑 가져와.” …“미쓰 정, 거기서 말여, 부군수 들어왔나 즌화 즘 늫 봐. 있으면 나 여기 있다구 허구.” 이문구의 관찰은 이어진다. “나는 가죽점퍼의 자세하는 투며 말투며 모두 남더러 들어달라고 부러 떠드는 허텅지거리라고 짐작했다. 그는 출입문만 삐끔해.. 더보기 [여적] ‘별일 없이 사는 이들’ 의식 깨우친 리영희 가수 장기하는 ‘별일 없이 산다’란 노래에서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라며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자고 나면 놀라운 일이 터지는 세상에서 자기는 별일 없이, 걱정 없이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 세상에서 초연하게 산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역설과 풍자가 강한 가사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사람도 있다. ‘별일 없이 산다’와 통하는 말인데 이것도 쉬운 게 아니다. 입버릇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하지만 힘들고 바쁘고 피곤해서 “나 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일 때가 많다. 말은 그렇게 해도 속마음은 복잡한 생각들로 꽉 차 있기 십상이다.. 더보기 이전 1 ··· 136 137 138 139 140 141 142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