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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돈봉투 영화 는 ‘봉투’를 밝히다 전교생이 달랑 5명뿐인 강원도 오지 분교로 쫓겨 간 불량 선생 김봉두의 개과천선(改過遷善) 얘기다. 촌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봉두는 자기 이름이 차라리 ‘김봉투’였으면 하는 인간형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는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까지 촌지 봉투를 돌리며 이렇게 이른다.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예요.” 교사와 돈봉투. 지양돼야 하면서 지향되기도 하는 딜레마적 관계다. 따라서 영화는 과장된 현실풍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펼쳐지는 실제상황일 수도 있다. 엊그제 실제상황 쪽에 무게를 실어 주는 일이 발생했다. 전남도 교육청의 이른바 ‘돈봉투 사건’이다. 사건은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가 “도 교육청 간부 몇 명이 내게 축하.. 더보기
진보가 이겼나 6월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6월의 어느날 필자는 최루탄 연기 자욱한 서울역 광장에서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 ‘사과탄’ 파편을 등에 맞아 다친 일이 있다. 근처 의료봉사대 대학생의 치료를 받은 기억이 목이 터져라 외치던 시위대의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와 함께 지금도 생생하다. 23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정치·사회적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지난주엔 지방선거가 치러져 이명박 정권이 참패했다. 야당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권이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심판이었나. 그 중심에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사건 등이 있다. 소통을 무시한 채 마구 밀어붙인 것이 역풍을 불렀다. 독재시절 물리도록 겪었던 ‘북풍’ 메뉴까지 대대적으로 동원됐지만 먹히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그간 .. 더보기
[여적] ‘민심’, 말만 말고 읽어라! ‘민심’은 정치판에서 뻔질나게 쓰이는 말 중 하나다. 특히 선거 때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새벽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표 한표에 담긴 민심을 깊이 헤아리고 마음에 새겨 앞으로…”라고도 했다. ‘…’ 이하는 안 들어도 된다. 예외없이 ‘뼈를 깎는…’ 식의 상투적 다짐이 이어지니까. 민주당 회의에서도 민심이 동원됐다. “MB정부에서 민심이 떠났다” “민심을 받들 것을 요구한다” 등. 선거에서 민심을 얻고 잃는다는 것은 사활적 의미다. 게다가 우리에겐 “민심은 천심”이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 생각은 어떤 종교적 신념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것은 동양적 문화전통과도 통한다. 영어에도 민심에 해당하는 말, 가령 ‘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