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이겼나 6월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6월의 어느날 필자는 최루탄 연기 자욱한 서울역 광장에서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 ‘사과탄’ 파편을 등에 맞아 다친 일이 있다. 근처 의료봉사대 대학생의 치료를 받은 기억이 목이 터져라 외치던 시위대의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와 함께 지금도 생생하다. 23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정치·사회적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지난주엔 지방선거가 치러져 이명박 정권이 참패했다. 야당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권이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심판이었나. 그 중심에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사건 등이 있다. 소통을 무시한 채 마구 밀어붙인 것이 역풍을 불렀다. 독재시절 물리도록 겪었던 ‘북풍’ 메뉴까지 대대적으로 동원됐지만 먹히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그간 .. 더보기 [여적] ‘민심’, 말만 말고 읽어라! ‘민심’은 정치판에서 뻔질나게 쓰이는 말 중 하나다. 특히 선거 때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새벽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표 한표에 담긴 민심을 깊이 헤아리고 마음에 새겨 앞으로…”라고도 했다. ‘…’ 이하는 안 들어도 된다. 예외없이 ‘뼈를 깎는…’ 식의 상투적 다짐이 이어지니까. 민주당 회의에서도 민심이 동원됐다. “MB정부에서 민심이 떠났다” “민심을 받들 것을 요구한다” 등. 선거에서 민심을 얻고 잃는다는 것은 사활적 의미다. 게다가 우리에겐 “민심은 천심”이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 생각은 어떤 종교적 신념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것은 동양적 문화전통과도 통한다. 영어에도 민심에 해당하는 말, 가령 ‘퍼.. 더보기 [여적]소신공양 모든 종교는 자살을 반대한다. 기독교는 “개인이 생명을 마음대로 끊는 것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불교는 오계 중 하나인 불살생계(不殺生戒)에 입각해 자살도 생명경시의 발로로 보고 금지했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다. 성경은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가르친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한 건 아니지만 남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불교엔 자기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게 있다. 법화경엔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것이 참된 공양이고 정진이며 높은 보시라고 칭송하는 대목이 나온다. 고승들이 소신공양을 실행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1960년대 초 베트남에선 전쟁 와중에 정부가 .. 더보기 이전 1 ··· 140 141 142 143 144 145 146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