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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비밀회동 회동(會同)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이는 것’이다. 회담이 어떤 의제를 놓고 한자리에 모여 토의하는 것인 데 비해 회동은 이보다 덜 형식적이고 넓은 의미의 만남을 뜻한다. 그렇지만 장삼이사, 갑남을녀의 만남을 회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용례를 보면 안다. 1989년 10월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골프회동’을 가졌다. 이 골프회동은 이듬해 초 정치권의 지각변동 또는 희대의 훼절(毁節)로 평가되는 3당 대통합의 단초가 됐다. 국제정치에서 각국 대표들은 회담을 위해 회동한다. 가령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6자회담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식의 보도를 자주 접한다. 1945년 2월 미·영·소 3국 수뇌.. 더보기
[여적] ‘몸통·깃털 사건’의 공식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터진다. 언론은 시시콜콜 의혹을 제기한다. 수사팀이 꾸려져 장기간 수사가 펼쳐진다. 뭐가 나올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 딱 그 짝이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얘기다. 처음부터 사건은 핵심적 권력이 개입한 혐의가 짙었다. 청와대니 영포라인, 비선조직이니 나오는 말부터 거명되는 모모한 자들의 면면까지 그랬다. ‘게이트(권력형 비리)’성 사건이 분명했다. 사람들 마음 한 구석의 불안감이 커져갔다. 사건의 배후는 감춰지고 지원관실 실무진 몇명만 손보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거란 예감 때문이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시킨 자는 오리무중인데 달랑 심부름꾼 두명만 구속됐.. 더보기
보수의 최소 조건 이른바 전향한 운동권 3명이 몇 달 전 란 책을 썼다. 저자 홍진표의 경우 “주사파 지하조직 반제청년동맹과 민족민주혁명당에서 김영환과 함께 활동하다 1996년 북한체제의 실체를 깨닫고 북한의 인권 및 민주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조선일보 주필을 지낸 류근일씨는 추천사에서 “친북, 종북이 공안당국자까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반독재 투쟁에서 사선을 넘었던 저자들 같은 프로들의 눈은 절대 속일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급진파 학생운동의 최전방에서 활동한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실체와 아류(亞流)가 뒤범벅돼 있을 때 실체를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찬사대로 책은 ‘안보의식 실종의 주요 요인인’ 친북(종북)주의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이들이 사명감을 갖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