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구제역 못잡아놓고 ‘다방농민’ 탓하는 정부 이문구의 자전적 연작소설 가운데 ‘여요주서(與謠註序·1976)’에서는 옛날 시골 다방 풍경이 작가 특유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펼쳐진다. “나봐 미쓰 정, 내게 즌화 온 거 웂어? 누구 챚어오지 않았어?” 종업원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봐― 나 좀 봐― 공보실에서두 아무 거시기 웂었구? 아니 대일기업으 강 사장헌티서두 전화가 웂었다 그게여? 이상헌디. 나봐― 즌화는 왔는디 누구 다른 것이 잘못 받은 거 아녀? 그럴리사 웂는디. 나봐, 거북선 있으면 한 갑 가져와.” …“미쓰 정, 거기서 말여, 부군수 들어왔나 즌화 즘 늫 봐. 있으면 나 여기 있다구 허구.” 이문구의 관찰은 이어진다. “나는 가죽점퍼의 자세하는 투며 말투며 모두 남더러 들어달라고 부러 떠드는 허텅지거리라고 짐작했다. 그는 출입문만 삐끔해도.. 더보기 [여적] ‘별일 없이 사는 이들’ 의식 깨우친 리영희 가수 장기하는 ‘별일 없이 산다’란 노래에서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라며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자고 나면 놀라운 일이 터지는 세상에서 자기는 별일 없이, 걱정 없이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 세상에서 초연하게 산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역설과 풍자가 강한 가사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사람도 있다. ‘별일 없이 산다’와 통하는 말인데 이것도 쉬운 게 아니다. 입버릇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하지만 힘들고 바쁘고 피곤해서 “나 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일 때가 많다. 말은 그렇게 해도 속마음은 복잡한 생각들로 꽉 차 있기 십상이다.. 더보기 북한 상수(常數)론 따로 사는 팔순 노모와 지난 주말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얘기가 나왔다. 어머니가 말했다. “북한한테 암만 많이 갖다줘도 안 통한다. 잘해줘도 이런 식으로 이용만 하고 배반해 끝내 먹힐 거다.” 평소 북한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던 것에 비해 훨씬 단호한 어조였다. 백주에 대포를 쏴 사람이 죽고 피란민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달래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회주의라면서 3대째 세습하는, 상궤를 벗어난 집단입니다. 응징, 보복, 강 대 강으론 절대 해결이 안 됩니다.” 덧붙여 겁 줘도 안 통하는 집단이라는 둥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이전 1 ··· 128 129 130 131 132 133 134 ··· 1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