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코미디 현실 정치에서 코미디보다 훨씬 웃기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왜 아니겠는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보온병 폭탄 발언을 터뜨린 뒤 현업 개그맨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얘기가 있다. 우린 뭘로 먹고 사냐는 거다. 인터넷에 이런 공고가 떴다. “이번주 쉽니다. 보온병으로 웃음폭탄을 투척해 주시는 안상수 대표님을 우리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군복 야전상의 입고 개그 짜는 중입니다.” 코미디·개그가 침체다. 위의 얘기는 물론 우스개고 필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오죽했으면 며칠 전 개그맨 김병만이 KBS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으며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오”란 말을 했겠는가. 김병만이 이런 수상소감을 밝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S.. 더보기 그들만의 언어 모스크바 대학 시절 고르바초프는 “진리는 늘 구체적이다”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것은 헤겔의 말로, 추상적인 진리란 없으며 진리는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한 번은 란 영화를 보고 고르바초프는 매우 분개했다. 영화 속 농민들은 풍성한 식탁에 행복해하고 있으나 시골 콜호스 출신인 그는 영화가 거짓 선전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가 소련 최고지도자가 된 그를 페레스트로이카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실패한 것이 우유부단과 과단성 부족 탓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설적이다. 말을 잘하는 건 두 가지 점에서 어렵다. 생각을 정리해 발화(發話)하는 단계, 그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단계다. 그것이 장삼이사의 일상어라면 별 일 아니다. 그러나.. 더보기 [여적] 구제역 못잡아놓고 ‘다방농민’ 탓하는 정부 이문구의 자전적 연작소설 가운데 ‘여요주서(與謠註序·1976)’에서는 옛날 시골 다방 풍경이 작가 특유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펼쳐진다. “나봐 미쓰 정, 내게 즌화 온 거 웂어? 누구 챚어오지 않았어?” 종업원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봐― 나 좀 봐― 공보실에서두 아무 거시기 웂었구? 아니 대일기업으 강 사장헌티서두 전화가 웂었다 그게여? 이상헌디. 나봐― 즌화는 왔는디 누구 다른 것이 잘못 받은 거 아녀? 그럴리사 웂는디. 나봐, 거북선 있으면 한 갑 가져와.” …“미쓰 정, 거기서 말여, 부군수 들어왔나 즌화 즘 늫 봐. 있으면 나 여기 있다구 허구.” 이문구의 관찰은 이어진다. “나는 가죽점퍼의 자세하는 투며 말투며 모두 남더러 들어달라고 부러 떠드는 허텅지거리라고 짐작했다. 그는 출입문만 삐끔해도.. 더보기 이전 1 ··· 128 129 130 131 132 133 134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