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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광기 대 이성, 광기 대 광기 2006년 12월30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처형됐을 때 경향신문은 ‘문명세계를 부끄럽게 한 후세인 전격 처형’이란 사설에서 “후세인의 처형은 미국과 부시 행정부의 위선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반문명적, 반민주적 폭거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 그런가. 재판의 졸속, 불공정성 때문이다. 후세인은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된 지 닷새 만에 형이 집행됐다. 집행일은 이슬람 최대 축제인 ‘알 아드하(희생제)’ 첫날로 이런 날 처형한 것은 이슬람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체포된 후 3년이 지나 전격 처형된 데는 미국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미국이 학수고대하던 대량살상무기도 안 나왔고 전황은 악화일로였다. 부시는 중간선거에서 참패해 이라크 전략 수정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 후세인 처형은 좋은 돌파구였다. 처참한.. 더보기
[여적] 반성의 조건 관우가 명의 화타에게 수술을 받는다. 전투 중 팔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상처가 깊어 살을 도려내고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화타는 고통에 몸부림칠 것에 대비해 환자의 몸을 묶으려 했으나 관우는 괜찮다며 수술을 시킨다. 대신 관우는 측근 마량을 불러 바둑을 둔다. 화타의 이마엔 땀이 흘렀고 막사엔 낭자한 유혈 속에 뼈를 긁어내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관우는 태연히 바둑에 열중했다. 삼국지의 유명한 진중(陣中) 수술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마취도 없이 뼈를 깎는 수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타가 실제론 마비산(痲沸散)이란 마취제를 썼다는 말도 있다. 이 고사를 꺼낸 건 ‘뼈를 깎는 반성’이란 유래는 알 수 없되 유구한 세월 사용된 표현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반성 .. 더보기
[여적] 문·사·철과 청년실업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며칠 전 높은 청년실업률에 대해 뜬금없이 ‘문(文)·사(史)·철(哲) 과잉공급론’을 폈다고 한다. 그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공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대학에서의 문사철 과잉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청년실업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불일치)에 의한 것이지, 기업의 일자리 수요 자체는 아주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한 곳은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였던 만큼 공식적 발언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사학·철학, 다시 말해 인문학 전공자 과잉공급이 청년실업률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은 상당히 새로운 접근이며, 그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문제 주무장관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살펴볼 이유가 충분히 있다. 박 장관이 때아닌 문사철 논란을 제공한 셈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