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별일 없이 사는 이들’ 의식 깨우친 리영희 가수 장기하는 ‘별일 없이 산다’란 노래에서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라며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자고 나면 놀라운 일이 터지는 세상에서 자기는 별일 없이, 걱정 없이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 세상에서 초연하게 산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역설과 풍자가 강한 가사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사람도 있다. ‘별일 없이 산다’와 통하는 말인데 이것도 쉬운 게 아니다. 입버릇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하지만 힘들고 바쁘고 피곤해서 “나 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일 때가 많다. 말은 그렇게 해도 속마음은 복잡한 생각들로 꽉 차 있기 십상이다.. 더보기 북한 상수(常數)론 따로 사는 팔순 노모와 지난 주말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얘기가 나왔다. 어머니가 말했다. “북한한테 암만 많이 갖다줘도 안 통한다. 잘해줘도 이런 식으로 이용만 하고 배반해 끝내 먹힐 거다.” 평소 북한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던 것에 비해 훨씬 단호한 어조였다. 백주에 대포를 쏴 사람이 죽고 피란민까지 많이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달래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회주의라면서 3대째 세습하는, 상궤를 벗어난 집단입니다. 응징, 보복, 강 대 강으론 절대 해결이 안 됩니다.” 덧붙여 겁 줘도 안 통하는 집단이라는 둥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여적] ‘굳세어라 금순아’와 난민의 추억 한국전쟁을 겪은 노년층에게는 저마다 피란의 추억이 있다. 당시 피란민·실향민들의 심정을 절절하게 담은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1953)’가 널리 불렸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데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1·4 이후 나 홀로 왔다.” 노래는 흥남부두, 1·4후퇴, 부산 국제시장, 영도다리 같은 언어를 통해 피란민의 절박한 처지를 형상화하면서 전쟁통에 생이별한 ‘금순이’와의 재회를 염원한다. 전쟁·내전이 있는 곳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난리를 피해 떠나는 사람들, 즉 난민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한번 터지면 희생자 수보다 훨씬 큰 규모의 난민이 나온다. 난민문제를 다루기 위해 1950년 유엔난민고등판.. 더보기 이전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