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민족, 국민 언제부턴지 ‘국민’이란 말이 남용되고 있다.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 국민 오빠, 국민 가수 등 인기를 끄는 사람이나 유행하는 사물 앞에 걸핏하면 국민을 갖다붙인다. 그야말로 국민이 ‘국민 접두어’가 돼버린 격이라고 할까. 배우, MC, 감독, 마라토너, 요정(妖精), 심지어 약골(弱骨)까지 ‘국민○○’의 용례는 무궁무진하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MBC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의 ‘국민투표’ 표현은 좀 심각하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묻는 문자투표에 ‘국민투표’란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진행자는 여러 차례 시청자들에게 국민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방송사 측은 “여러분의 위대한 국민투표로 의 주인공이 결정된다”고 선전한다. 이 투표에 굳이 국민이란 수식어를.. 더보기 [여적] 밥 딜런 1960~70년대에 까까머리 중·고교 시절을 보낸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꽤 있을 거다. 추억이래야 대단할 것도 없다. 당시 유행한 통기타를 퉁기며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를 흥얼거린 정도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대표적인 반전가요로 꼽혔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번역된 이 노랫말엔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사람으로 불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야/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음을 알까…” 딜런은 이런 질문을 던진 후 “친구여,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라고 자답한다. 이 곡은 포크계의 여왕으로 불린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와 함께 미국의 베트.. 더보기 예속이냐 폭로냐 스피노자가 에서 미신을 비판하며 던진 “다중은 왜 예속을 욕망하는가”란 질문은 현대에 와 파시즘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예속을 비판할 때 원용되곤 한다. 그렇다. 민중의 자발적 동의가 파시즘의 주요 자양분이다. 이 자발성이 현대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발견되는 파시즘 현상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자발적 예속과 정반대인 흐름도 존재한다. 조직 내부의 파시즘을 거부하고 불의를 고발·폭로하는 경우다. 그런 사례들도 꽤 있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 기록을 공개한 윤석양 이병,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단체장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준수 연기군수, 2000년 인천 국제공항 .. 더보기 이전 1 ··· 122 123 124 125 126 127 128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