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에 까까머리 중·고교 시절을 보낸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꽤 있을 거다. 추억이래야 대단할 것도 없다. 당시 유행한 통기타를 퉁기며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를 흥얼거린 정도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대표적인 반전가요로 꼽혔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번역된 이 노랫말엔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사람으로 불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야/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음을 알까…” 딜런은 이런 질문을 던진 후 “친구여,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라고 자답한다.
이 곡은 포크계의 여왕으로 불린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와 함께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반대하는 노래로 세계에 알려졌다. ‘도나도나’의 “마차에 실려 시장으로 팔려가는 송아지의 슬픈 눈”이란 가사도 전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병사들의 처지를 빗댄 것으로 들렸다. 바에즈는 1961년 뉴욕에서 동갑내기 딜런을 만나 함께 전국순회공연을 하며 흑인 인권 향상을 위한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반전평화운동을 벌였다. 직접 반전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당하기도 했다.
딜런은 바에즈와는 좀 다른 삶의 궤적을 따랐다. 저항시인이자 가수로 세상에 각인되었음에도 자신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노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시적 가사에는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그를 대중음악에 위대한 언어의 숨결을 불어넣은 가수로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60년대 미국 여러 대학이 그의 가사를 텍스트로 시분석 강좌를 개설했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밥 딜런이 지난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공연을 가졌다. 가수 인생 50년 만의 첫 중국 무대다. 왕년의 반전음악 작곡가이자 정치색이 짙은 미국 가수가 중국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우선 눈길을 끈다. 작년에도 딜런의 중국 공연이 추진됐으나 중국 당국의 사전검열이 문제가 돼 무산된 적이 있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그의 히트곡 ‘블로잉 인 더 윈드’와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들을 수 없었다. 이것도 중국 당국의 사전검열 탓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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