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좀체 안 할 것 같은 일을 벌였다.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분당은 한나라당 절대 강세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많은 표를 줘 민주당으로선 당선을 꿈꾸기 어려웠다.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고전한 2004년 총선 때도 분당을은 꿋꿋하게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측근들은 “분당은 사지(死地)”라며 출마를 만류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손 대표는 ‘결사항전’을 다지며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근사하다. 정치란 게 안전빵으로만 가면 재미가 없다. 필요할 땐 건곤일척의 결전도 벌이고 장렬하게 산화하기도 하는 거다. 속으로 그는 사즉생(死卽生)을 생각할 것 같다. 출마 선언 후 찾은 시장의 상인에게 “불구덩이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식의 결기마저 느껴진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이는 “중산층이 변하지 않고, 중산층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란 그의 기자회견문에 담겨 있다. 첫째 포인트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손 대표는 분당을을 ‘대한민국의 대표적 중산층 지역’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타깃 설정은 정확한 것 같다. 분당을은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중상류층이 모여사는 곳이다. 영남 출신 유권자가 40%를 넘고 보수성향이 많다.
중산층이란 개념은 폭넓게 사용된다. 사전적으론 재산 정도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중간에 놓인 계급이란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수준이 사회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인 가구를 중산층 가구로 분류한다. 그 미만은 빈곤층, 그 이상은 고소득층이다.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양극화 진행에 따라 점차 줄어 50%선에 머물고 있으나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적 중산층의 비율은 이보다 더 낮다.
두 번째 포인트는 이런 지역주민들의 표심이 과연 바뀔 것인가다. 만약 전통적 투표행태가 답습된다면 그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 된다. 이는 분당을 선거뿐 아니라 4·27 재·보선 승패, 나아가 향후 대선 구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변화를 강조한다. 이것은 표심 변화와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대한민국 변화의 대장정을 떠나도 될지 분당구민들의 동의를 얻고자 한다”고도 했다. 여당에서 누가 나올진 몰라도 그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분당을 중산층 유권자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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