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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결사항전  한국인만큼 ‘결사(決死)’, 곧 ‘목숨 내놓고’란 말에 익숙한 국민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툭하면 결사반대요, 결사저지다. 시위현장에 가 보면 안다. 농민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결사반대하고 중소상인들은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제주도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결사저지하겠다고 시위를 벌인다. 정치판엔 또 결사 반대하고 저지하는 게 얼마나 많나. 심지어 해병대 훈련병 현빈의 연평도 자대 배치 가능성에 팬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결사란 말은 일상적 레토릭이 됐지만 본뜻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쓸 게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해 반대하는 데는 대단한 각오와 결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사반대를 외치다 금세 조용해지는 여러 사례들을.. 더보기
위로받을 곳이 없구나 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가 지진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 위해 말한 것이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그게 조 목사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한 건지는 의문이다. 성직자인 그가 정치인 흉내를 내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거나 “본인을 음해하려는 정치공세”라는 식의 뻔한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일본 지진에 대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나온)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고 본다. 그 말이 저 유명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구호, 한국 보수 기독교의 단순명쾌한 사고구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기 목사 | 경향신문 DB 사회비평가 진중권은 조 목사에 대해 “정신병자 목사.. 더보기
[여적] 리비아 ‘내전’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전’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리비아 유혈 사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해결책 모색과도 통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내전이란 용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비아 사태는 42년에 걸친 카다피의 철권통치에 저항하는 시위로 촉발되었다. 이 점에서는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같다. 그런데 전개 양상이 다르다. 이웃 나라들은 비교적 순탄하게 ‘아랍 시민혁명’을 쟁취했지만 리비아는 극심한 유혈 사태에 빠져들었다. 무한한 권력집착가인 카다피가 군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내전과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그럴 만한 요소들이 있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다. 외신은 이를 두고 피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