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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독사과 만평   숲에서 백설공주가 마녀와 만난 장면이다. 공주는 사과 광주리를 들고 있는 마녀에게 묻는다. “잠깐만요. 일본에서 오셨나요?” 공주는 손에 든 돋보기로 사과를 살피던 중이었다. 다른 손엔 신문을 들고 있는데 ‘일본 방사능’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며칠 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IHT)에 실린 만평이다. 첫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산 식품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을 풍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HT는 뉴욕타임스가 발행해 전 세계에서 발매되는 유력 영자신문이다. 이 신문이 일본 식품을 독사과에 빗댄 건 일본으로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 동화 속에서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죽음에 이른다. 비록 세태를 풍자하는 만평이라고는 해도 너무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뉴욕 주재 .. 더보기
[여적]민족, 국민 언제부턴지 ‘국민’이란 말이 남용되고 있다.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 국민 오빠, 국민 가수 등 인기를 끄는 사람이나 유행하는 사물 앞에 걸핏하면 국민을 갖다붙인다. 그야말로 국민이 ‘국민 접두어’가 돼버린 격이라고 할까. 배우, MC, 감독, 마라토너, 요정(妖精), 심지어 약골(弱骨)까지 ‘국민○○’의 용례는 무궁무진하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MBC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의 ‘국민투표’ 표현은 좀 심각하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묻는 문자투표에 ‘국민투표’란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진행자는 여러 차례 시청자들에게 국민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방송사 측은 “여러분의 위대한 국민투표로 의 주인공이 결정된다”고 선전한다. 이 투표에 굳이 국민이란 수식어를.. 더보기
[여적] 밥 딜런 1960~70년대에 까까머리 중·고교 시절을 보낸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꽤 있을 거다. 추억이래야 대단할 것도 없다. 당시  유행한 통기타를 퉁기며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를 흥얼거린 정도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대표적인 반전가요로 꼽혔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번역된 이 노랫말엔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사람으로 불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야/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음을 알까…” 딜런은 이런 질문을 던진 후 “친구여,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라고 자답한다. 이 곡은 포크계의 여왕으로 불린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와 함께 미국의 베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