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문·사·철과 청년실업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며칠 전 높은 청년실업률에 대해 뜬금없이 ‘문(文)·사(史)·철(哲) 과잉공급론’을 폈다고 한다. 그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공장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대학에서의 문사철 과잉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청년실업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불일치)에 의한 것이지, 기업의 일자리 수요 자체는 아주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한 곳은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였던 만큼 공식적 발언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사학·철학, 다시 말해 인문학 전공자 과잉공급이 청년실업률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은 상당히 새로운 접근이며, 그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문제 주무장관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살펴볼 이유가 충분히 있다. 박 장관이 때아닌 문사철 논란을 제공한 셈이다. .. 더보기 원전이 정답 아닌 100가지 이유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묵시록적 사건’으로 묘사되곤 했지만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성격이 그보다 더하다고 생각한다. 9·11 며칠 후 나는 한 칼럼에 “사람들이 쌍둥이 빌딩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화염 속에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는 입소문은 이 사건의 묵시록적 성격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세기초였지만 세계무역센터의 드라마틱한 붕괴 광경이 던진 충격은 세기말 묵시록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컸다. 테러 후 세계는 2개의 전쟁에 휘말려들었다. 학자들이 9·11 이전과 이후로 시대구분하는 용어를 쓸 만큼 파장은 심대했다. 그러나 10년 후 일본에서 터진 원전 사고는 묵시록적 사건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이런 게 진짜 묵시록적 암시 아닌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 더보기 [여적] 독사과 만평 숲에서 백설공주가 마녀와 만난 장면이다. 공주는 사과 광주리를 들고 있는 마녀에게 묻는다. “잠깐만요. 일본에서 오셨나요?” 공주는 손에 든 돋보기로 사과를 살피던 중이었다. 다른 손엔 신문을 들고 있는데 ‘일본 방사능’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며칠 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IHT)에 실린 만평이다. 첫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산 식품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을 풍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HT는 뉴욕타임스가 발행해 전 세계에서 발매되는 유력 영자신문이다. 이 신문이 일본 식품을 독사과에 빗댄 건 일본으로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 동화 속에서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죽음에 이른다. 비록 세태를 풍자하는 만평이라고는 해도 너무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뉴욕 주재 .. 더보기 이전 1 ··· 121 122 123 124 125 126 127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