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체첸의 한 러시아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던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 대통령이 1995년 초 모스코프스키예 노보스치 신문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를 가장한 러시아 비밀정보원의 접근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나의 생명은 정보원이나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신에게 속해 있다”는 것이었다. 두다예프는 이렇게 대담한 행보를 계속했지만 이듬해 그의 위성전화를 추적한 러시아군의 폭격에 맞아 결국 사망했다. 두다예프는 52세로 죽기까지 체첸의 영웅이자 희망이었다. 그는 구소련에서 체첸이 배출한 유일한 공군 장성으로 91년 보수파의 불발 쿠데타로 정국이 불안한 틈을 타 체첸공화국의 실권을 장악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94년 러시아가 체첸을 전격 침공하자 이에 맞서 ‘민족해방전쟁’을 벌였다. 러시아는 이 전.. 더보기
[여적] 민들레 1960년대 한국의 산림은 6·25 전쟁과 농촌의 땔감 등으로 시달려 꼴이 말이 아니었다. 1964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의 푸른 산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때부터 ‘산림녹화’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84년 통계로 남한 전체 입목 면적의 84%가 20년생 이하였던 것을 보면 나무 10그루 중 8그루 이상이 그의 시대에 심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는 ‘숲의 명예전당’이 있다. 우리 숲을 가꾸는데 공이 큰 인물들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 박대통령의 동판 초상도 다른 4명과 함께 헌액돼 있다. 당시의 치산 녹화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빠른 속도였다. 헐벗은 산하에 옷을 입히기 위해 경제수종보다는 속성수인 리기다 소나무, 아카시, 현사시 나무 위.. 더보기
[월드 리뷰] 反美시대의 親美 지난 달 말 미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외교적 언사를 넘어 상당히 뜨거운 애정 표현을 나눴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런 일에 대해 제3자가 뭐라 할 계제는 아니다. 설마하니 두 사람이 동성애자라서 이렇게 ‘닭살 돋는’ 대화를 내놓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각자 분명한 속셈이 있었다. 고이즈미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이웃 국가들이 일본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붙잡을 친구는 미국 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부시의 환대는 고이즈미가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을 적극 지지해 준데 대한 보답과 중국 견제를 위해 우호관계를 지속하자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일본의 차기 지도자들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 미·일 정상회담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