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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쟁과 사랑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반전주의자였지만 소설은 전쟁과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이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인생이란 전투에서 패배할지언정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철학이었다. 그는 그것이 용기로 죽음과 대면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의 장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1937년 파시스트 정권과 좌파 공화군으로 갈라져 싸우던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다. 이야기는 공화군으로 투신한 미국 청년 로버트 조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철교 폭파 임무를 부여받은 조던은 순박한 스페인 소녀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단 사흘 동안의 사랑이었지만 누구보다 뜨거웠다. 조던은 철교 폭파에 성공하지만 적탄에 쓰러진다. 울며 매달리는 마리아를 떠나보낸 조던은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최후의 총탄을 퍼붓는다. 소설.. 더보기
[여적] 제로 톨러런스 ‘톨레랑스(관용)’란 말이 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프랑스에서 ‘자기와 다른 종교·종파·신앙을 가진 사람을 용인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역설적으로 톨레랑스는 ‘앵 톨레랑스(불관용)’에 대한 단호한 앵 톨레랑스를 전제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되 극단적 앵 톨레랑스까지 관용할 수는 없다. 즉 톨레랑스해야 할 것들을 톨레랑스하지 않는다면, 톨레랑스는 그 앵 톨레랑스와 싸워야 한다. 톨레랑스를 지키기 위해 앵 톨레랑스는 필수적이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하지만, 누군가 당신의 말할 자유를 탄압한다면 당신 편에 서서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선언은 투철한 톨레랑스와 앵 톨레랑스의 정신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앵 톨레랑스 개념은 미국에서 .. 더보기
[여적] 장벽 평소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이창동 감독은 문화부 장관 재직 때 문화를 ‘소통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자신이 할 일은 “집단과 집단, 세대와 세대 간의 소통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퇴임 후 감독으로 돌아온 이유를 “영화가 소통의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소통론자였다. 오늘날 인류의 소통은 광속도다. 그 발달 속도도 너무 빨라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10∼20년 전이 아니라 불과 1∼2년 전의 소통 수단과 방식도 어느새 구닥다리가 돼 버린다. 빠른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세계화 시대에는 온갖 유·무형의 장벽들이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장벽들이 허물어지는 대신 다른 두터운 장벽들이 들어서는 기현상도 빚어진다. 1989년 11월 9일 동서 냉전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