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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는 참 독특한 악기다. 현악기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고 낮은 소리를 낸다. 키가 2m나 돼 오케스트라 오른쪽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야 한다. 음질은 어둡고 분명치가 않지만 앙상블에서는 묵직한 하모니를 형성하는 불가결한 음원이다. 이런 판에 박힌 설명보다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모노드라마 가 이해를 돕는다. 그걸 보면 단박에 콘트라베이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쥐스킨트는 놀라울 정도로 깊은 음악적 조예를 바탕으로 이 악기에 대해 설명한다. 또 주인공을 통해 이 악기에 대한 애증의 교차 심리를 풀어놓는다. 서른다섯살 먹은 주인공은 국립 오케스트라 콘트라베이스 주자다. “지휘자는 없어도 되지만, 콘트라베이스만은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음악을 하시는 분.. 더보기
[여적] 영원한 것 요 며칠 사이 북한에선 김정은에 대한 3대 세습절차가 마무리됐다. 그가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제1비서로 추대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명함’엔 지난해 말 김정일 장례 후 얻은 최고사령관, 당 제1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장 등 당·정·군의 최고 직위가 모두 실리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원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직함의 등장이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에게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이란 공식 직함이 부여된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를 위해 ‘영원한’ 최고위직 타이틀 2개를 비워두는 대신 1자가 붙은 새 직위를 받은 셈이다. 김일성은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공.. 더보기
[여적]‘조선족’이란 일반화 필자는 러시아 특파원이던 1990년대 중반 모스크바 거리에서 희한한 광경을 접하곤 했다. 경찰이 순찰차 안에서 지나가는 사내를 불러 ‘도쿠멘트이(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속절없이 불려가는 사내들은 대부분 까무잡잡한 피부의 체첸,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카프카스 출신들이었다. 러시아는 당시 체첸과 내전 중이었고 카프카스 출신들 가운데 범죄자가 많다고들 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 지나가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그것도 차 안에서 불러 검문을 하다니.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것인데, 대단한 사회적 차별구조의 표출로 느껴졌다. 어떤 사건이 특정 민족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드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는 역시 9·11 테러다. 9·11 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 내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