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닷컴] 촌지의 추억 그러니까 정확히 이십년 전, 필자가 모스크바 특파원을 하고 있을 때다. 그해 9월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에게서 한국 특파원들과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식당에서 이 그룹이 당시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벌이고 있는 가스전 개발 사업이 크게 진척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을 들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정 총회장이 선물이라며 비닐로 된 ‘빠껫(꾸러미)’을 내밀었다. 특파원단 간사를 맡고 있던 필자가 받았다. ©픽사베이 자리가 파한 뒤 ‘빠껫’을 열어보고 놀랐다. 선물이란 게 돈 봉투였는데, 한 명당 3000달러씩이었다. 당시 환율로도 250만원 돈이었다. 거마비든 촌지든 어떤 명분으로도 통상적인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정 총회장이 평소 남들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로비 자금을 뿌린다더니, 명불허전이.. 더보기 [논객닷컴] 산책길이 불편해진다 산책은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혼자 걷는 이 땅의 남자들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철학자 칸트는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 이웃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단조로운 삶이었지만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한 웅대한 사유의 비판철학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산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령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저 유명한 언명도 사색적 산책길에서 얻어진 게 아닐까. ©픽사베이 칸트 같은 위대한 철학자만이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산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기분을 전환한다. 매일 산책하.. 더보기 [신문로] 풍전등화 국어의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새로움의 일상화 아닐까. 불과 몇 년 또는 몇 달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어느새 친숙한 것이 돼버린다. 예컨대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지만 이게 생겨난 건 불과 6년 전이었다. 새 디지털 기술은 새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카톡으로 만남을 이어가다 카톡으로 결별하는 '카톡 연애'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게 편리한 건 특히 결별할 때다. 그냥 '읽씹(카톡 읽고도 답 안하기)'이나 '대화창 나가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풍조를 '참을 수 없는 디지털 시대 연애의 가벼움'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허다한 현상들 가운데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이는 디지털 시대의 폐.. 더보기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1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