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닷컴] 산책길이 불편해진다 산책은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혼자 걷는 이 땅의 남자들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철학자 칸트는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 이웃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단조로운 삶이었지만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한 웅대한 사유의 비판철학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산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령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저 유명한 언명도 사색적 산책길에서 얻어진 게 아닐까. ©픽사베이 칸트 같은 위대한 철학자만이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산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기분을 전환한다. 매일 산책하.. 더보기 [신문로] 풍전등화 국어의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새로움의 일상화 아닐까. 불과 몇 년 또는 몇 달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어느새 친숙한 것이 돼버린다. 예컨대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지만 이게 생겨난 건 불과 6년 전이었다. 새 디지털 기술은 새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카톡으로 만남을 이어가다 카톡으로 결별하는 '카톡 연애'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게 편리한 건 특히 결별할 때다. 그냥 '읽씹(카톡 읽고도 답 안하기)'이나 '대화창 나가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풍조를 '참을 수 없는 디지털 시대 연애의 가벼움'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허다한 현상들 가운데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이는 디지털 시대의 폐.. 더보기 [논객닷컴] 세종로와 로마의 도로 서울의 세종로는 너비 1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길이다. 지금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건설할 때 너비 58자(尺) 규모로 뚫은 대로로서, 정부 관서인 6조와 한성부 등 주요 관아가 길 양쪽에 있다 하여 ‘육조거리’라 부르기도 했다. 길이는 600m로 짧지만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상징하는 중심도로다. 마땅히 여느 곳보다 중요한 도로로 대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이 도로에 문제가 많다. 2주 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주변 세종대로(2014년 시행된 새 도로명)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포장도로가 파손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인가. 깔린 박석(薄石) 포장 곳곳이 깨지고 있다. 2011년 2차례 집중호우로.. 더보기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1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