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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박정희 기념관의 정명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만든 단체는 이름이 좀 길다. ‘박정희기념·도서관 명칭 변경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마포·은평·서대문구 시민회의’다. 이름대로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기념관을 반대한다. 그것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공공도서관에 걸맞은, 가령 마포·상암도서관 같은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회의는 이날부터 1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 박정희기념·도서관은 국고 208억원이 투입되고 서울시 토지를 무상 임차해 건립된 것인 만큼 마땅히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름에 박정희를 넣음으로써 공공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박.. 더보기
[여적] 앵커의 덕목 TV 뉴스 앵커 하면 미국의 전설적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떠오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뉴스 진행자로서 최초로 앵커맨으로 불린 이가 크롱카이트다. 그가 1952년 CBS에서 민주·공화당 전당대회를 중계할 때 이 방송 프로듀서가 그를 지칭해 앵커맨이란 신조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1962년부터 C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진행을 19년 동안 맡았다. 그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특한 클로징 코멘트다. 뉴스를 마무리하면서 “And that’s the way it is”란 말을 즐겨 썼다. “세상일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란 뜻이다. 그는 이 말이 “자신이 본 대로 사실을 보도한다는 기자 최고의 이상을 요약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뉴스 진행자란 직책에 앵커란 이름이 붙은 데는 자못 의미심.. 더보기
[여적] 색깔론 DNA 파격적인 시 한 수를 소개한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김수영의 미발표 시 ‘김일성 만세’ 전문이다. 1960년 10월6일이란 날짜가 붙은 시가 쓰여진 시점은 4월혁명 직후다. 김수영은 이 시를 써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에 보냈지만 빛을 못 보았다. 내용이 너무 도발적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래서 부인 김현경씨가 보관해오다 몇 해 전.. 더보기
[여적] 드골의 그림자 올랑드와 사르코지가 격돌한 프랑스 대선이 미테랑과 드골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유세 때 두 주먹을 높이 치켜들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를 내는 등 미테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몸짓을 자주 해왔다. 르몽드는 올랑드가 1981년 대선 때 미테랑이 썼던 단어와 문장, 이를테면 프랑스 재건과 단합 같은 말을 자주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후 프랑스 재건을 위해 국민에게 애국심을 호소했던 드골 장군처럼 자신을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의 지도자로 부각시키려 애써왔다. 이렇게 흘러간 지도자를 부각시켜 선거전에 이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대선을 위해 박정희 향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검은 안경.. 더보기
[여적] 나쁜 비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엊그제부터 열리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나온 탓에 4년 만에 재개된 이 집회엔 그 때 ‘촛불소녀’로 나왔다가 어느 새 ‘촛불숙녀’로 성장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는 “남들은 조용한데 왜 이리들 호들갑이냐”고 윽박지르는 것 같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며칠 전 내놓은 ‘미국 광우병 발병 이후 세계 주요국 조치 동향’에 따르면 이집트,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 세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부분적으로 중단했다. 반면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17개 나라는 별도 조치 없이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이걸 보면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그런가. 저들은 대범한데 한국인들만 유난히 의심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