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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박근혜의 독사과 한 팝아티스트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포스터 여러 장을 지난주 부산 번화가 버스정류장 등에 붙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한다. 포스터엔 박 의원이 백설공주 차림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사과를 들고 있다. 첫눈에 동화 백설공주의 패러디로, 박 의원이 든 것이 독사과임이 짐작된다. 대충 스토리라인이 그려진다. 경찰은 이게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며 조사하겠다고 한다. 미상불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 떨어지는 상상력 빈곤의 시대에 경찰이 ‘박근혜 독사과’를 심한 불경죄로 간주했음 직도 하다. 28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 앞 등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박근혜 신데렐라' 포스터. 그러나 박근혜에게는 아버지 박정희라는 논쟁적 유산말고.. 더보기
[여적] 저녁이 없는 삶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 키워드로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이 상당한 반향을 얻고 있나 보다. 반응을 보면 “그저 그런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은 애잔하다 못해 적어도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 구글링하게 만들었다” “백수에겐 감흥이 어떨지 몰라도 휴가도 못 가고 매일 야근하다 지친 어떤 사람들에겐 아련한 꿈처럼 유혹이 된다” 등이 있다. “진보정당을 ‘멘붕’시킨 저녁 있는 삶”처럼 특이한 것도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엄숙·도덕주의로 범벅이 되곤 했던 정치구호가 비로소 인간의 숨결을 찾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것이 우리가 몹시 일그러진 삶을 살고 있음의 방증이란 생각이 고개를 든다. ‘저녁이 있는 삶’이 단박에 와닿은 이유는 그만큼 고달프게.. 더보기
[여적] 앙숙관계 “프랑스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영국으로 온다면 레드카펫을 깔고 환영하겠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던진 이 한마디 농담이 프랑스와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뻔했다고 한다. 며칠 전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간 캐머런은 기업인들과 만나 이렇게 말하고 “이 세금은 영국 의료 서비스와 공교육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세율은 전혀 경쟁력이 없다”고도 했다. 상식적으로 남의 나라 세금문제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영국 총리실은 나중에 “영국식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듣는 프랑스로선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다. 가뜩이나 사회당 정부의 증세 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센 판에 이웃 나라 총리가 던진 이 말은 독설 이상의 원색적 비난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 더보기
[여적] 주어 생략법 우리말은 자주 주어가 생략된다. 그래서 국어 문장을 영어로 옮기려면 생략된 주어를 찾아내 밝혀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란 교포가 한국말을 하면, 뭔가 어색하다. 모든 문장에 반드시 주어를 쓰기 때문이다. 서양의 모든 언어는 주어가 분명하다. 모든 문장에는 반드시 주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어에는 주어가 대부분 생략된다. 이야기하는 맥락으로 행동의 주체를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오해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내 갈등도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주어를 생략한 채 말하는 탁월한 능력이 거의 신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주어가 국어의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 더보기
[여적] 친 기업 조급증 박세리가 미국 무슨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게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주말을 지내고 출근하면 곳곳에서 골프 무용담이 펼쳐진다. 기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골프에 꽂히면 자연 골프 기사가 늘어난다. ‘마이카 붐’도 기자들의 소득 증가와 비례했을 거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요금 따위 대중교통 관련 기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건 굳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일은 아닐 수 있다. 기자가 세상의 관심사를 좇고 정직하게 반영하는 직업이란 점에서라면 그렇다. 그렇다면 기자는, 언론은 친기업인가, 아니면 친노동인가. 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가 맞다. 그저 양측 입장을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한데 그게 쉽지 않다.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으로 명명된 1987년 노사분규 때 언론은 기업 편이었다. 6월항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