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미국 무슨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게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주말을 지내고 출근하면 곳곳에서 골프 무용담이 펼쳐진다. 기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골프에 꽂히면 자연 골프 기사가 늘어난다. ‘마이카 붐’도 기자들의 소득 증가와 비례했을 거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요금 따위 대중교통 관련 기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건 굳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일은 아닐 수 있다. 기자가 세상의 관심사를 좇고 정직하게 반영하는 직업이란 점에서라면 그렇다.
그렇다면 기자는, 언론은 친기업인가, 아니면 친노동인가. 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가 맞다. 그저 양측 입장을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한데 그게 쉽지 않다.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으로 명명된 1987년 노사분규 때 언론은 기업 편이었다. 6월항쟁 때는 결국 시민 편으로 돌아섰지만, 이후 펼쳐진 노사분규에선 노동자들에게 철저히 적대적이었다. 그때 신문 제목들이 증거한다. ‘무법·광란, 울산시청 수라장…술 마시고 부수고 노래하고’ ‘현대중 300여명 차고 방화 등 난동 1시간’ ‘사장 등 맨바닥 앉히고 폭언’….
전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일요일 의무휴무제를 실시한 10일 휴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위)과 장을 보러온 인파로 붐비는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아래)이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 3월부터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일요일 의무휴무제를 확대 실시하는 것에 맞춰 서울시는 오는 27일부터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정해 다양한 할인·판촉행사를 진행한다. 2012.6.10/뉴스1
그런데 한국 언론의 이 친기업 반노동 체질은 그 후 이뤄진 민주화와 사회 제분야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는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 고액 연봉자의 불법파업을 과장해 개탄한다. 자본의 충직한 번견(番犬) 노릇을 해온 버릇은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지난 일요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형마트의 강제휴무가 확대 실시되자 일부 언론의 친기업 버릇이 또 도졌다.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납품업체도 매출 감소와 인력감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영세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도리어 생계형 근로자들의 실직을 초래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4월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빅3’의 일자리가 3000개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철저히 대기업 중심 시각에서 나온 논리다. 영업규제의 대의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상생이었다. 새 제도에는 음지와 양지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 쪽에도 보완책을 요구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시행 초기다. 그런데 그저 시장논리만 앞세운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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