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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완벽한 정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바로 얼마 전 김두우, 신재민 등 측근 비리가 터진 정권의 최고 책임자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 황당한 말이 대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청와대의 냉철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고통스러운 기간을 통해서 긍지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일하는 보람이 생기는 것 아니냐, 그리고 이번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 뒤에 ‘완벽한 정권’ 얘기를 했다. 그 다음엔 “가장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청와대다. …소명의식을 가.. 더보기
[여적] 교육열의 빛과 그늘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 뜨거운 한국의 교육열을 두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이 셋이 자녀교육의 3대 요소란 것이다. 이 말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풍자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교육열에 관한 한 한국인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여기서 교육열은 대개 ‘학부모의 교육열’을 의미한다. 부모 가운데서도 어머니의 열성이 결정적이라고들 한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인의 교육열은 엄마의 아들·딸에 대한 교육열이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교육열은 기적적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혀왔다. 올초 프랑스 국영 TV도 한국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교육열과 애국심을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배경엔 학생들로 가득 찬 학원과 관람객들로 붐비는 독립기념관이 등장했다... 더보기
[여적] 사대주의 어릴 적부터 우리 역사가 사대주의로 얼룩졌으며 그것은 나쁘다고 배웠다. 그러던 것이 커서는 사대(事大)는 조선의 대 중국 평화유지 전략이었으며, 따라서 적절하고 필요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제가 통치 명분 확보를 위해 우리 역사를 늘 남에게 의지하는 외세의존적 사대주의 역사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국인들이 주권 상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민족적 열등감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어찌 일제의 역사조작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대주의는 결코 한국인의 국민성이나 민족성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외교정책이라지 않나. '위키리크스 문서공개로 드러난 한미FTA 협상과정의 진실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향신문 .. 더보기
[여적] 정치인과 순교자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몇몇 표현이 있다. 가령 상대편의 공격을 방어할 때 적당한 구실이 안 떠오르면 ‘정치공세’란 말을 동원한다. 그 앞에는 대개 ‘소모적인’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문제는 이 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효과가 제한적이란 점이다. 그래서 이 말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머리가 빈 게 아닌가”란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다. 국가지도자급들이 자주 쓰는 것으로 “후세의 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우국충정에서 나온 결단이 지금은 반대가 많지만 먼 훗날엔 찬사를 받을 것이란 믿음의 표현이다. 10월유신을 단행한 박정희가 이 표현을 많이 썼다. 그것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란 자못 비장한 말로 변용되기도 했다. ‘순교’란 표현도 꽤 쓰인다. 나라 밖 얘기지만 반군에 몰려 풍전.. 더보기
[여적] 희망버스와 외부세력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 9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는 2차 희망버스에 올라 참가자들을 만났다. 기자가 평소 버릇대로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게 중요한가요?”였다. 대안학교 교사라는 한 참가자는 일곱살 딸과 함께 간다고 했다. 그는 1차 희망버스에도 탔었는데 이번엔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 15명 정도가 같이 간다고 말했다. 기자에 따르면 희망버스 탑승자들은 말 그대로 자기가 어디 소속이며 어디서 왔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연대의식이었다. 자기가 ‘외부세력’으로서 남의 노사문제에 끼어든다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신문의 시각은 달랐다. 한 신문은 “한진중공업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