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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희망버스와 외부세력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 9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는 2차 희망버스에 올라 참가자들을 만났다. 기자가 평소 버릇대로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게 중요한가요?”였다. 대안학교 교사라는 한 참가자는 일곱살 딸과 함께 간다고 했다. 그는 1차 희망버스에도 탔었는데 이번엔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 15명 정도가 같이 간다고 말했다.

경향신문DB



기자에 따르면 희망버스 탑승자들은 말 그대로 자기가 어디 소속이며 어디서 왔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연대의식이었다. 자기가 ‘외부세력’으로서 남의 노사문제에 끼어든다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신문의 시각은 달랐다. 한 신문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노사 간 극적 타결로 정상화되는가 싶더니 정치·노동계 외부세력의 대거 개입으로 다시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사회도 “노사 합의를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외부 정치·노동세력이 총집결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썼다.

다른 신문은 ‘한진중 노사합의 흔드는 외부세력의 얼굴들’이란 사설에서 “그제와 어제 부산은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의 불법시위로 몸살을 앓았다”며 ‘한진중공업 노사 합의를 흔드는 외부세력의 면면들’로 야당 정치인들을 거명했다.

한쪽은 시민들의 평화적 연대를 경찰이 폭압적으로 해산시켰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은 한진 사태를 계기로 내년 총선·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야권의 욕심을 강조했다.

어느 편이 옳은가. 첫째,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외부세력인가. ‘외부세력’이란 말은 불온성과 불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지만 엄밀한 법률용어가 아니고, 따라서 사용 근거가 빈약하다. 만 노동관계법에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이것도 폐기된 지 오래다.

둘째, 백번 양보해 이들 세력의 외부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궁극적 지향점은 연대에 있다. 이것은 이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가 이미 천명한 바다. 이 연대는 인간을 날로 타자화하는 현실의 벽을 깨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우리 공통의 문제’로 내면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점을 외면한 채 외부세력만 강조하는 것은 성찰이 부족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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