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복수의 운동들이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을 본다. 그 정신과 지향점,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목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자유함대’ 운동과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지는 ‘희망버스’ 운동에서 그런 공통점이 발견된다. 세부적 내용은 차이 나지만 둘은 자발적 시민운동인 점, 어려운 이웃에 대한 강력한 연대의 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이 매우 닮았다. 심지어 이를 막으려는 ‘권력’의 논리마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마을에서 한 여성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자유함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국제적 시민운동이다. 현재 이들은 배에 구호품을 싣고 그리스를 출발해 이스라엘의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리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22개국 출신 활동가 350여명을 태운 배 12척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스라엘의 반대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들이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는 것은 도발행위라며 막고 있다. 가자지구가 테러리스트의 기지가 됐다고도 한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강경하니 그리스는 만약의 사태를 막기 위해 함대의 출항을 금지하고 있다.
자유함대는 지난해 5월에도 가자지구 앞 공해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활동가 10여명이 숨지는 비극을 겪었다. 당시 자유함대는 배 6척에 1만t의 구호품과 터키, 그리스 등 40개국 600여명의 인권운동가 등을 싣고 가던 중이었다. 이런 아픔을 겪고도 이들은 포기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 “법과 정의를 위해 가자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한국에선 내일 2차 ‘희망의 버스’가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으로 집결한다. 각계 인사와 시민 1만명이 버스 185대에 나눠 타고 온다. 제주도에선 ‘희망의 비행기’를 추진 중이며 걸어서 오는 ‘희망 도보’와 ‘희망의 봉고’ ‘희망의 열차’도 있다고 한다. 이들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건 다름 아닌 위로와 연대를 나누기 위함이다. 경찰은 백기완씨 등 100명이 넘는 1차 희망버스 참가자에게 소환장을 보냈다고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강한 연대의식을 꺾을 것 같지는 않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는 해방과 독립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희망을 ‘불치병’이라고 했거니와, 이곳 희망의 버스는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희구하며 계속 달릴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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