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무슨 계기를 통해 새삼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이름이 있으니, 아버지다. 옛날의 아버지는 강하고 힘셌다. 굳이 아버지의 의미를 찾고 어쩌고 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의 존재 이유는 그저 아버지란 사실 하나로 족했다.
언제부터인지 아버지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1996년 나온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는 어깨 위에 얹힌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인 아버지와 아내, 자식들이 이 소설을 찾는 바람에 300만부나 팔렸다. 소설 속 아버지는 작고 초라하다.
“내 무엇이 그렇게 비난받고 경멸당할 거리던가. 내 아무리 초라하고 무능했어도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어. 그런데 왜 날 무시하고 경원해. 나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해 그토록 부끄럽고 싫었나. 하지만 비굴하고 추하기보다 그냥 이대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주인공은 암 선고를 받고 가족에게 눈물겨운 사랑을 베풀다 가족 곁을 떠나는 평범한 아버지다.
“내 무엇이 그렇게 비난받고 경멸당할 거리던가. 내 아무리 초라하고 무능했어도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어. 그런데 왜 날 무시하고 경원해. 나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해 그토록 부끄럽고 싫었나. 하지만 비굴하고 추하기보다 그냥 이대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주인공은 암 선고를 받고 가족에게 눈물겨운 사랑을 베풀다 가족 곁을 떠나는 평범한 아버지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그 비결은 그가 특별한 아버지여서가 아니라 몹시 평범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소설 속 평범한 아버지는 특별한 아버지가 되었다. 김정현은 10여년 후 발표한 소설 <고향사진관>에서 다시 아버지론을 천착한다.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아버지로서의 행위가 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형제로서, 또는 자식으로서 하는 행위일지라도 그것은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아버지로서의 행위가 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형제로서, 또는 자식으로서 하는 행위일지라도 그것은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여기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죽은 딸을 가슴에 묻고 사는 평범한 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택시 운전을 하는 황상기씨(56)의 둘째 딸 유미는 2003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 2년도 안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07년 3월6일 딸은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속초 집으로 가던 길에 숨졌다. 아버지가 운전하던 택시 뒷좌석에서였다.
당시 아버지는 딸에게 약속했다. “네 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그리고 엊그제 법원으로부터 딸이 유해물질 노출로 발병했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그는 딸의 죽음 이후 냉담한 세상에 맞서 투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아버지가 되도록 만든 것은 평범한 아버지의 힘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딸에게 약속했다. “네 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그리고 엊그제 법원으로부터 딸이 유해물질 노출로 발병했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그는 딸의 죽음 이후 냉담한 세상에 맞서 투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아버지가 되도록 만든 것은 평범한 아버지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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