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로] 좀비냐 인간이냐, 한여름밤의 좀비 꿈 좀비는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인간 사냥을 한다. 비척거리고 느릿느릿하지만 좀처럼 물리치기 어렵다. 이미 죽었다 살아난 시체이기 때문이다. 걸어다니는 부패한 시체, 그것이 좀비다. 당연히 자기 생각도 없고 무기력하다. 지난주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이런 좀비 1000여명이 출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퍼포먼스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 진흙을 바른 참가자들은 좀비처럼 걷거나 땅바닥을 기어 다녔다. 무표정하게 비척비척 거리를 걷던 이들은 중앙광장에 이르러 회색 옷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 색깔 있는 옷들이 드러났다.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것에 환희하듯 이들은 춤을 추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날 함부르크 거리는 좀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 더보기
[논객닷컴] 개미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필자의 중요 일과 가운데 하나가 산책이다. 매일 만 보 이상 걷는다는 원칙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길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개미들의 생태다. 지난 5월 어느 날 저녁 나는 휴대폰에 이런 메모를 남겨 놓았다. “개미의 사회생활을 갖고 글 하나 써 볼 만하다. 이 어두운 시간 가로등 아래서 보니 개미떼가 새까맣게 모여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자전거 바퀴에 짓밟힐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볼 용기와 끈기가 없어 그냥 갈 길을 갔다.” ©픽사베이 개미에 대한 내 처음 궁금증은 이런 것이었다. 개미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없는 걸까. 저렇게 자기들 목숨을 괘념치 않고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모든 .. 더보기
[신문로] 미국 중심으로 '알아서 기기' 꽤 오래전, 그러니까 2004년 노무현정권 초기에 신문에 '알아서 기기'란 칼럼을 썼다. 나는 "한국 언론이 '대통령이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거나 '금일봉을 하사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던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다"고 말했다. 그런 게 권위주의 시절 권력자에게 '알아서 기기'를 하기 위한 표현인데, 이제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권' '통치권자' '가신' '친서' '읍소' '진언' 같은 왕조시대적 냄새를 풍기는 용어도 사라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참 옛날 쓴 칼럼이 불현듯 떠오른 건 최근 워싱턴발 기사를 접하며 느낀 기시감 때문이다.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했다"는 통신 보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