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적] 역사의 기록 역사를 업으로 하는 역사학자를 빼고 역사란 말을 가장 즐겨 입에 올리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역사를 창조하고, 역사의 죄인이 되며,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자주 말한다.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든 사람치고 “후세 사가들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식으로 말 안 해본 이도 드물 거다. 이 “역사가 증명…운운”의 상투성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자못 비장한 버전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사회비평가 진중권은 이를 패러디해 란 풍자적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다. 역사가 정치인들의 익숙한 수사가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신의 행동이나 정책에 역사성을 부여하면 득 되는 게 많다. 엄숙하고 진중하며 사려깊어 보인다. 그래서 속으론 권력게임, 정치공학적 계산에 애면글면, 노심초사하면서도 겉으로는 .. 더보기 [여적]국민, 비국민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격렬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국민과 비(非)국민’을 가르는 이분법의 재등장이다. 정운찬 총리는 “애국심이 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종북(從北)적 행태라고 비난하고 “이런 사람들을 국민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몇 신문들은 정 총리의 ‘어느 나라 국민인가’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이들의 ‘이적행위’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한 사회 구성원을 국민·비국민, 애국·비애국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발상은 기실 낯설지 않다. 지방선거 때 정몽준 한나라당 당시 대표는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 유시민 경기도지사.. 더보기 [여적] 돈봉투 영화 는 ‘봉투’를 밝히다 전교생이 달랑 5명뿐인 강원도 오지 분교로 쫓겨 간 불량 선생 김봉두의 개과천선(改過遷善) 얘기다. 촌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봉두는 자기 이름이 차라리 ‘김봉투’였으면 하는 인간형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는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까지 촌지 봉투를 돌리며 이렇게 이른다.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예요.” 교사와 돈봉투. 지양돼야 하면서 지향되기도 하는 딜레마적 관계다. 따라서 영화는 과장된 현실풍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펼쳐지는 실제상황일 수도 있다. 엊그제 실제상황 쪽에 무게를 실어 주는 일이 발생했다. 전남도 교육청의 이른바 ‘돈봉투 사건’이다. 사건은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가 “도 교육청 간부 몇 명이 내게 축하.. 더보기 [여적] ‘민심’, 말만 말고 읽어라! ‘민심’은 정치판에서 뻔질나게 쓰이는 말 중 하나다. 특히 선거 때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새벽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표 한표에 담긴 민심을 깊이 헤아리고 마음에 새겨 앞으로…”라고도 했다. ‘…’ 이하는 안 들어도 된다. 예외없이 ‘뼈를 깎는…’ 식의 상투적 다짐이 이어지니까. 민주당 회의에서도 민심이 동원됐다. “MB정부에서 민심이 떠났다” “민심을 받들 것을 요구한다” 등. 선거에서 민심을 얻고 잃는다는 것은 사활적 의미다. 게다가 우리에겐 “민심은 천심”이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 생각은 어떤 종교적 신념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것은 동양적 문화전통과도 통한다. 영어에도 민심에 해당하는 말, 가령 ‘퍼.. 더보기 [여적]소신공양 모든 종교는 자살을 반대한다. 기독교는 “개인이 생명을 마음대로 끊는 것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불교는 오계 중 하나인 불살생계(不殺生戒)에 입각해 자살도 생명경시의 발로로 보고 금지했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다. 성경은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가르친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한 건 아니지만 남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불교엔 자기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게 있다. 법화경엔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것이 참된 공양이고 정진이며 높은 보시라고 칭송하는 대목이 나온다. 고승들이 소신공양을 실행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1960년대 초 베트남에선 전쟁 와중에 정부가 .. 더보기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