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여적] 생매장, 악어의 눈물 엊그제 구제역에 걸려 돼지들이 생매장을 당하는 광경을 담은 8분짜리 영상이 공개됐다. 구제역이 창궐한 석달 동안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전해진 참상들의 종합판이었다. 제목은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 돼지들은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히며 문자 그대로 절규했다. 그 비명소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비슷했다. 구덩이로 던져진 돼지들은 처음엔 정상적으로 서 있다가 그 수가 늘어나면서 나중엔 세로로 선 채 다른 돼지들에게 눌려 압사됐다. 마지막에 던져진 돼지들은 매몰된 상태에서 다음날까지도 모진 목숨을 이어 비명소리를 냈다. 돼지들이 인간 식탁을 위해 찌운 살로 서로를 압살하는 장면은 괴롭고 불편한 진실이었다. 구제역 초기 살처분 때는 생매장을 되도록 피하는 듯하더니 내놓고 생매장이 자행되고 있다. .. 더보기
[여적] 표창장 공돈 싫은 사람 없고 주는 상 마다할 사람 없다. 받아서 기분 좋고 줘서 흐뭇한 게 상이다. 마침 졸업식 철이다. 학교마다 졸업장과 함께 각종 표창장들이 수여된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훌륭한 행실을 한 것을 세상에 널리 칭찬하기 위한 표창장은 여러 상 가운데 대표격이다. 표창장에다 푸짐한 부상까지 받게 되면 금상첨화다. 표창장도 종류가 다양하다. 창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 안아 구한 여고생이 학교로부터 표창장과 대학입학 장학금을 받은 일도 있다. 연초 유명 걸그룹은 한류 열풍을 지속시킨 공로로 문화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현실엔 아름다운 표창장만 있는 게 아니다. 상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주고받는 사람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표창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작년 말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에서 그런 일이 벌.. 더보기
[여적] 스푸트니크 쇼크 1957년 10월4일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 미국 분위기를 조지 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을 지낸 존 록스돈은 전했다. “50년대 우리 영화와 TV는 우주로 진출하는 얘기들로 넘쳐났다. 그런 마당에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이 소련이라는 사실은 경악이었다. 그 시대 분위기는 돌아보기도 힘들다.” 미·소가 첨예하게 대립한 냉전기에 들려온 스푸트니크 발사 소식은 공포 자체였다. 미국은 두 차례 위성 발사에 실패한 상태였다. 소련이 위성을 쏠 수 있다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도 시간문제일 것이었다. 충격과 공포 속에 미국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년 만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설립됐고 의회는 국가방위교육법(NDEA)을 통과시켰다... 더보기
[여적] 후진형 모금 KBS가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란 국민성금 모금 행사를 2주간 열었다. 군 장병들에게 발열조끼를 보내기 위한 모금이었다. 이를 위해 두 차례 특별생방송까지 내보냈다. 호응은 뜨거웠다. 모모한 정치인, 대기업들이 줄이어 성금을 냈다. 이보다 값진 건 시민들의 동참이었다. 많은 가족들이 행사장까지 나와 따뜻한 마음을 보탰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모금도 10만건을 넘었다. 당초 예상했던 20억원을 2배 넘게 모았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모두에게 군장병들은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들이고 형이며 오빠 동생들이다. 뉘라서 엄동설한에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조끼 한 벌 보내고 싶은 마음 안 들까. 그럼에도 이 행사를 접하는 마음이 흐뭇하기는커녕 영 불편하다. 왤까. 우선 몇 가지 의문이 고.. 더보기
[여적] ‘세금폭탄’이란 은유 세금 좋아할 사람 없다. 바로 그 점에서 세금폭탄이란 말은 절묘한 은유법이다. 세금을 싫어하는 심리를 발동시키는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때 입증된 바 있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세금폭탄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무거운 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란 논리였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에 열렬히 가세했다. 당시 ‘세금폭탄’이란 말을 처음 쓴 것도 이들 신문이었다고 한다. 한 월간지는 2007년 1월호에 이란 제목의 별책부록까지 냈다. 표지가 재미있다. 노무현이 탄 참여정부 폭격기가 종부세 등 각종 세금폭탄을 퍼붓는다. 지상의 사람들은 폭탄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책 서문의 제목은 “국민이 낸 세금을 귀하게 생각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