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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그들의 ‘죄와 벌’을 생각한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성희롱, 성폭력 폭로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이다.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돈을 위해 전당포 노파와 여동생을 도끼로 살해하는 죄를 짓는다. 노파가 자기만 알고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벌레’ 같은 존재이며, 죽여도 아무 죄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살인을 저지른 뒤 그는 죄책감과 정신적 혼란에 시달린다. 번민하던 그는 매춘부 소냐를 만난다. 소냐는 말한다. “지금 당장 네거리로 나가 당신이 더럽힌 대지에 입 맞추세요. 그리고 세상사람 모두에게 들리도록 ‘나는 살인자올시다!’라고 외치세요.” 마침내 그는 소냐의 말대로 행동하고 경찰에 자수해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죄책감에 번민하던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 더보기
[논객닷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낯선 사람을 부를 때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특파원을 지낸 러시아도 그렇다. 호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는데, 거기엔 정치·사회적 격변이 반영돼 있다. 소련 시절에는 그 방식이 아주 간단했다. 적어도 이론상 모든 인민이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타바리시(동무)’란 호칭이 통용됐다. 최고권력자인 공산당 서기장을 부를 때도 타바리시 브레즈네프, 타바리시 안드로포프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이름을 모르는 낯선 사람은 그냥 ‘타바리시’라고 불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호칭에 혼란이 일어났다. ‘타바리시’를 대체할만한 적당한 호칭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타바리시는 군대 내에서나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래서 나온 호칭이 ‘가스파진(시민)’이다. 이는 사회.. 더보기
[논객닷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적표’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야당은 ‘조공 외교’ ‘외교 참사’라고 깎아내렸고, 정부·여당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런 폄훼나 평가와는 별도로 눈여겨볼 다른 ‘사건’이 있다. 문 대통령이 충칭(重慶)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를 방문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 여럿이 상하이 임시정부를 찾은 적이 있으나 충칭 청사 방문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방명록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적었다. 독립유공자 후손과의 간담회에서도 “여기 와서 보니 가슴이 메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나라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더보기
[논객닷컴] 되살아나는 러시아 ‘인팀’의 기억 벌써 20여 년 전이다. 신문사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러시아 구직 여성들, ‘인팀’ 때문에 고민 중”이란 기사를 썼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미혼여성·23살·1m70·쾌활한 용모·직업을 찾고 있음·비서직 희망·영어 및 부기 가능·‘인팀’은 사양함·전화 113-○○○○” 모스크바의 한 미혼여성이 광고전문지인 ‘이즈 루크 브 루키(손에서 손으로)’에 낸 구직광고이다. 광고문안은 단 한가지만 빼고는 우리와 다를 게 없다. 바로 ‘인팀은 사양한다’는 것 말이다. 인팀이란 뭔가. 사전에는 ‘친밀하고 거리낌 없는 분위기’라고 돼 있다. 영어 ‘intimate(친숙한)’와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속뜻은 다르다. 그건 직장 내 상사와 부하 여직원 사이의 내연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인팀은.. 더보기
[논객닷컴] 부탄에서 배울 점을 생각한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었다. 히말라야의 산악국가 부탄이다. 남한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 79만명이 사는 이곳이 호기심을 끌게 된 건 ‘가난하지만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것이 계기다. 구체적으로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조사에서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응답해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부탄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2804달러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국민총행복(GHN·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것이 경제력이나 경제성장과는 별개의 것이거나 심지어 무관하다는 증거인가. 부탄에서는 이 수치를 어떻게 산출하는가. 많은 것이 궁금하던 차에 엊그제 경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