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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박근혜 하야’가 환상인 까닭 박근혜 대통령의 현재 심기는 어떤 것일까. 며칠 전 한광옥 비서실장이 “상당히 침울한 상태”라고 전했지만, 그건 그 나름 ‘심기 경호’ 차원의 얘기였으리라. 그 전에 읽은 한 칼럼은 박 대통령을 어려서부터 지켜봤다는 원로 정치인의 말을 빌려 이런 관측을 내놓았다. “국민 앞에서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냥 있지 않을 거다. 골방에 들어가 혼자 울면서 보복을 다짐하고 있을 거다.”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최순실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선 가운데 야당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포커스뉴스 그 뒤로 진행된 일들을 보면 이 원로 정치인이 상당히 잘 본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의장을 전격 방문해 “여야 합의로 추천한 분.. 더보기
[논객닷컴] 거리에 뿌려진 일수 명함들은 거리를 걷다 보면 발길에 차이는 게 ‘일수 명함’이다. ‘급전 대출’을 권유하는 명함 형태의 대부업 광고다. 이 명함들을 보며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니 현인이 부른 ‘서울야곡’(1948)이다. 옛사랑을 추억하는 이 노래에서 충무로, 보신각, 명동 거리 풍경은 정겹고 낭만적이다.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로 시작하는 노래 3절엔 이런 가사도 나온다. “네온도 꺼져가는 명동의 밤거리에/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그러나 지금 거리에 그런 낭만이라곤 없다. 대신 우리를 맞는 것은 흩어진 일수 명함들이다. 시장·상가에서 만나는 일수 명함은 ‘누구나대출’, ‘현주엄마 일수’, ‘벅찬 감동’, ‘이모네 일수’, ‘아줌마 급전’ 등 이름도 다양하다. 상인들은 투덜대며 치우지만 곧 다시 쌓인다. .. 더보기
[논객닷컴] 과거는 죽지 않는다 ‘과거 있는 여자’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오나.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가 쓴 소설 ‘어느 수녀를 위한 진혼곡(1951)’은 이런 여자 2명의 이야기다. 마약 중독에 창녀의 과거가 있는 흑인 여성 낸시는 미국 남부 가정의 유모가 된다. 그를 고용한 백인 여성 템플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역시 과거 창녀로서 겪었던 끔찍한 환영을 못 벗어나고 있다. 어느 날 낸시는 템플의 갓난아기 딸을 질식사시키는 범죄를 저질러 사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 살인은 템플이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일종의 대속(代贖)적 행위였다. 그러나 헛된 짓이었다. 과거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포크너는 이 작품에서 명언을 남긴다. “과거는 죽지 않는다. 실은 아직 지나간 것도 아니다... 더보기
[논객닷컴] 촌지의 추억 그러니까 정확히 이십년 전, 필자가 모스크바 특파원을 하고 있을 때다. 그해 9월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에게서 한국 특파원들과 점심이나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식당에서 이 그룹이 당시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벌이고 있는 가스전 개발 사업이 크게 진척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을 들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정 총회장이 선물이라며 비닐로 된 ‘빠껫(꾸러미)’을 내밀었다. 특파원단 간사를 맡고 있던 필자가 받았다. ©픽사베이 자리가 파한 뒤 ‘빠껫’을 열어보고 놀랐다. 선물이란 게 돈 봉투였는데, 한 명당 3000달러씩이었다. 당시 환율로도 250만원 돈이었다. 거마비든 촌지든 어떤 명분으로도 통상적인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정 총회장이 평소 남들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로비 자금을 뿌린다더니, 명불허전이.. 더보기
[논객닷컴] 산책길이 불편해진다 산책은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혼자 걷는 이 땅의 남자들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철학자 칸트는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 이웃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단조로운 삶이었지만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한 웅대한 사유의 비판철학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산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령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저 유명한 언명도 사색적 산책길에서 얻어진 게 아닐까. ©픽사베이 칸트 같은 위대한 철학자만이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산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기분을 전환한다. 매일 산책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