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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중국과는 다른 홍콩의 길 얼마 전 중국에 여행하고 온 지인한테 들은 말이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분위기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영 중국중앙(CC)TV는 아침 7시 뉴스가 시작되면 곧바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방영한다. ‘일어나라/ 노예 되기 싫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 장성을 쌓자…’ 방송 뉴스를 이런 전투적 국가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바로 지난달부터였다. 도화선이 된 것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해 미국이 강한 압박을 해오자 정부가 착안한 게 국민들의 애국심이었다.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이 올해 말까지 매일 오전 국가를 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신중국 창립 70주년(10월 1일)을 경축한다는 명목이기.. 더보기
[논객닷컴] 외로움 담당 장관을 둔 영국인들의 발상 외로움과 고독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순우리말과 한자어란 싱거운 소리 말고. 둘 다 혼자 있는 시간인 건 맞지만 외로움(loneliness)은 상대방의 부재를 절감하는 상태, 고독(solitude)은 홀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상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고독은 단련이란 어감이 있는 반면 외로움은 거기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해 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란 여성 의원(44)을 신설된 외로움 문제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에 임명했다. 그는 스포츠·시민사회 장관과 외로움 담당 장관을 겸임하게 됐다. 당시 든 생각은 이렇다. 외로움·고독이 안 좋다는 건 안다. 그런데 정부에 외로움 담당 장관까지 두다니, 영국인들도 많이 외로운가 보다. 며칠 전 .. 더보기
[논객닷컴] ‘올드 보수’로는 집권 어렵다 자유한국당 위상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오르고 있다. 옛날과 비교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갖게 한다. 한국 정치에서 옛날은 까마득한 과거나 몇 해 전이 아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에서만 승리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에서 승리했다. 많은 신문들이 ‘보수정치 궤멸’이란 제목을 달았다. 한국당은 ‘TK 자민련’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당 지지율은 당시 11% 안팎이었다(민주당은 53%). 그러나 최근 지지율이 크게 올라 21%였다(민주당은 38%). 지난 4·3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는 통영 고성에서 대승했고,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성산에서는 줄곳 앞서다 정의당 후보에 막판 역전패했다. 한국당의 이런.. 더보기
[논객닷컴] 참을 수 없는 공직의 가벼움 ‘버닝썬 게이트’에서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경찰과 업소의 유착 부분이었다. 사건 성격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 같지만, 공권력의 부패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가수 정준영씨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 등을 검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검찰로 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이 문제를 건드린다. 그는 “버닝썬 관련 공익 신고에 경찰 유착과 부실 수사 내용이 있다”며 “이 부분도 일정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경찰이 못 미더워 검찰로 넘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요소요소에서 경찰이 등장한다. 클럽 버닝썬에서 1년간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122건이었지만 현행범 체포는 8건에 불과했다.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를 위해 버닝썬 돈을 경찰에 전달했.. 더보기
[논객닷컴] ‘안개비’ 노래와 인공강우 비는 문학과 노래에 자주 등장한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비는 중요한 설정이다. 소설 마지막은 “나는 병원을 떠나 빗속을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로 끝난다. 하드보일드 문체의 대가는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아기를 낳다 숨지는 비극적 장면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비는 비극, 허무, 죽음을 상징했지만 작가는 그런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이 건조한 문장을 택했다. 김소월의 시 ‘왕십리’도 떠오른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여드레 스무 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시인이 구태여 계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비는 장맛비 같다. ‘가도 가도 비가 오는’ 왕십리에서 우리는 시가 노래하는 이별의 정한(情恨)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