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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신분사회를 유지하는 길, 학벌주의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뒤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물론 한반도 문제 같은 경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동적인 기질로 인한 불안 요인도 상존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지 이제 계절이 두번 바뀌었을 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가 앞으로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기대한 방향으로든 아니든 말이다. 이 칼럼에서는 이와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관점에 따라서는 구태의연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것은 청년실업 문제, 특히 공공기관과 준(準)공기업들에서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어쩌다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더보기
[신문로] 북핵, 제재 강화 말고는 해법 없나 초등학교 때 책상 위에 금을 그어 놓고 옆 짝과 티격태격한 기억이 있다. "이 금 넘으면 혼 날 줄 알아." 그래놓고 연필이 금을 넘어오면 '내 거'라고 우기기도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다시 '레드라인'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이 마침내 레드라인을 넘었으므로 대북정책을 강경 기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떠오른 게 책상에 금 긋기이다. 국가적 중대 사태를 희화화한다거나 안보불감증이라고 개탄하지는 말기 바란다. 국가 행태도 개인 행태와 비슷할 때가 있다. 정치·사회 분석에 종종 사용되는 게임이론이나 '죄수의 딜레마' 이론도 개인 심리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레드라인과 책상에 금 긋기가 닮은 것은 그 으름장이라는 측면이다. 레드라인을 넘으면 즉각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나.. 더보기
[신문로] 대북 제재로 고통받는 건 누구일까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연간 수출액 1/3 가량을 차단시키는 등 '역대 최강'의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을 향해 "천백배로 결산(보복)"하겠다고 으르댄다. 궁금해진다. 대북 제재로 고통받는 건 누구일까. 구체적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인가 북한 '인민'인가. 솔직히 내 관심사는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제재로 북한 '인민'의 고통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이냐 쪽이다.(우리 실정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북한 사람을 '국민'이 아닌 '주민'으로 부른다. 그러나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한에서 '국민'에 해당하는 적절한 표현은 '인민'이다.) '누가 더 고통받나'라고 묻는 게 우문(愚問) 같긴 하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미국은 '정.. 더보기
[신문로] 좀비냐 인간이냐, 한여름밤의 좀비 꿈 좀비는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인간 사냥을 한다. 비척거리고 느릿느릿하지만 좀처럼 물리치기 어렵다. 이미 죽었다 살아난 시체이기 때문이다. 걸어다니는 부패한 시체, 그것이 좀비다. 당연히 자기 생각도 없고 무기력하다. 지난주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이런 좀비 1000여명이 출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퍼포먼스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 진흙을 바른 참가자들은 좀비처럼 걷거나 땅바닥을 기어 다녔다. 무표정하게 비척비척 거리를 걷던 이들은 중앙광장에 이르러 회색 옷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 색깔 있는 옷들이 드러났다.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것에 환희하듯 이들은 춤을 추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날 함부르크 거리는 좀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 더보기
[신문로] 미국 중심으로 '알아서 기기' 꽤 오래전, 그러니까 2004년 노무현정권 초기에 신문에 '알아서 기기'란 칼럼을 썼다. 나는 "한국 언론이 '대통령이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거나 '금일봉을 하사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던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다"고 말했다. 그런 게 권위주의 시절 권력자에게 '알아서 기기'를 하기 위한 표현인데, 이제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권' '통치권자' '가신' '친서' '읍소' '진언' 같은 왕조시대적 냄새를 풍기는 용어도 사라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참 옛날 쓴 칼럼이 불현듯 떠오른 건 최근 워싱턴발 기사를 접하며 느낀 기시감 때문이다.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했다"는 통신 보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