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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그런데 김기춘은?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급은 아니다. 그럼 종범일까, 아니면 요즘 흔히 쓰이는 문자로 '부역자' 정도일까. 어쨌든 그는 모종의 중대한 역할을 한 것 같다. 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그는 다시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제보받은 화면을 제시하자, "죄송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라며 "최순실이란 이름은 못 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올해 77세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얘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된 시점에 내가 '그런데 김기춘은?'이라고 묻는 까닭이 있다. 그가 '다 떨어진 늙은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징적 차원에서만 그렇다는 게 아니다. 유시민 작가는.. 더보기
[신문로] 트럼프, 미국신화의 최종 붕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물론 매우 부정적인 의미다. 금세기 들어 미국이 세계적으로 신뢰를 잃는 중대한 계기가 두 차례 있다. 하나는 9·11 테러였고 두번째가 바로 트럼프 당선이 될 것이다. 개인적 얘기부터 해보자. 내게는 미국 TV 드라마 '전투'에 대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본 이 전쟁 드라마는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짜자자잔짜잔…' 하는 시그널 뮤직과 우직한 인간미를 풍긴 분대장 선더스 중사의 이름이 지금도 기억난다. 미군은 노상 연전연승, 독일군은 노상 졌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린 마음에 "미국은 우리 편이고 따라서 좋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철들어 그게 '문화제국주의의 세뇌' 탓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라면 호의적이던.. 더보기
[신문로] 의사의 길, 지식인의 길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병사인지 외인사인지는 엄밀히 말해 논란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수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물론 의대생들까지 직접사인은 급성 경막하출혈이며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병사라는 소신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백 교수가 스스로 이미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가 오류임을 실토했다고 본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에 환자분이 급성 경막하출혈 후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을 하게 되었다면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입니다." 그는 치료과정을 길게 설명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만약 환자가 체외투석 등 치료를 받았어도 사망했다면 외인사다. 그러나 가족들이.. 더보기
[신문로] 야당할 준비 하는 여당 "오늘 대한민국의 국회는 무너졌습니다." 지난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새누리당 의원들이 채택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은 이런 격정적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결의안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 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 문구가 옛날 운동권의 선언문을 방불케 해 흥미롭다. 결의안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며 당리당략을 택했다"며 정 의장의 '폭거'를 '규탄'했다.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빼면 섭섭했을까, "좌파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았다"는 비난도 넣었다. 실제로 개회사가 그렇게 호들갑 떨 만큼 당리당략적이고 좌파적이었나. 그 정도는 아니다. 상당히 온건하고 합리적.. 더보기
[신문로] 장관급 인사의 단식농성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가 요구한 것은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에 이어 특조위 상임위원들과 비상임 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농성은 흔하다면 흔한 투쟁방법이지만 이 위원장의 단식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유난히 뜨거운 염천에 60대의 장관급 인사가 벌인 것이란 사실이다. 그의 단식을 부정적으로 본 몇 언론이 놓치지 않고 꼬집은 것은 특히 '장관급 인사'란 부분이다. 명색 장관급 정무직이라는 사람이 운동권식 투쟁을 벌이느냐는 힐난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치인은 예외로 치고 단식은 보통 장삼이사들이 쓰는 수단이었다. 이태 전 이곳에서 46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