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여적] 닭살 커플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들 말한다. 그런 점에서 외교관들은 국익의 최전선에서 외교전을 벌이는 병사들이다. 그러나 때로 중요한 전투에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투입된다. 이른바 정상회담이다.

뮌헨 회담은 역사상 최대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정상회담이었다. 네 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1938년 9월 한 달에 세 번이나 독일로 날아가 체코 주데텐 지역 할양을 요구하는 히틀러 총통과 정상회담을 벌였다.
회담 결과 주데텐은 독일에 무혈로 넘어갔다. 런던 공항에 돌아온 체임벌린은 ‘평화’를 선언했지만 이듬해 히틀러는 체코에 이어 폴란드를 침공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체임벌린의 대 독일 정책은 유화 외교가 크게 실패한 사례로 강경론자들이 즐겨 인용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에 대해 펴고 있는 햇볕정책도 대표적 유화정책이다. 잘 알려져 있듯 이 정책은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것이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라는 이솝우화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나눈 ‘끈끈한 우애’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과 테네시주 멤피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집에서 끝도 없는 덕담을 나누었다.
부시는 고이즈미의 헤어스타일을 가리키며 “엘비스도 총리처럼 멋진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 때문에 총리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숭배자들을 얻게 됐다”고 덕담했다. 재임 중 이번 미국 방문이 마지막인 고이즈미는 미국을 ‘세계의 보안관’에 비유하면서 “일본은 항상 미국 편”이라고 화답했다. 둘은 엘비스의 ‘난 당신을 원하고 필요하고 사랑해요’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CNN은 하트 모양 속에 두 사람을 담기도 했다. 두 정상이 묘한 눈길을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연인 같아 보였는지…. 이들은 시쳇말로 ‘닭살 커플’처럼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별난 외교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 체첸의 한  (1) 2006.07.11
[여적] 민들레  (0) 2006.07.06
[여적] 아름다운 퇴장  (0) 2006.06.26
[여적] 미사일 방어  (0) 2006.06.22
[여적] 빌 게이츠  (0) 200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