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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빌 게이츠

번잡하고 속된 도시를 떠나 시골로 돌아가는 심정을 흔히 ‘귀거래사(歸去來辭)’라고 부른다. 이 말은 중국 진(晋)나라 시인 도연명이 세속적인 영달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노래한 시 ‘귀거래사’에서 연유한 것이다. 시에는 도연명이 41세 때 관직을 버리고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얻은 정신적 해방감과 전원생활의 즐거움이 담겨 있다.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색다른 ‘귀거래사’를 불러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가 며칠 전 자선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업무에 주력하기 위해 2008년 7월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겠다고 사실상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게이츠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2000년 설립한 이 재단은 저개발국가의 질병퇴치, 빈민구호 및 교육 문제를 다루는 세계 최대규모의 자선단체다. 기금 규모가 2백91억달러(약 28조원)에 이른다.

게이츠 회장은 개인재산 5백억달러로 12년째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이날 발표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휩쓸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함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아무래도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부른 귀거래사의 내용이다. 게이츠는 자신의 은퇴계획 발표는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본다. 세계 최고의 회사를 일구어낸 그는 오는 10월로 만 51세가 된다. 아직 ‘귀거래’를 노래하기는 턱없이 이른 때이지만 미련 없이 인생의 길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자신에게 “부를 사회에 되돌려줄 큰 책임이 있고,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은 매년 수십억달러를 기부한 자선사업계의 ‘큰손’이었다. 이것은 그의 집안 내력인 것 같다. 그의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2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추진에 반대운동을 벌인 인물이다. 게이츠 회장의 이런 모습은 온갖 비리로 물의를 빚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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