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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전쟁과 사랑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반전주의자였지만 소설은 전쟁과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이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인생이란 전투에서 패배할지언정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철학이었다. 그는 그것이 용기로 죽음과 대면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의 장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1937년 파시스트 정권과 좌파 공화군으로 갈라져 싸우던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다. 이야기는 공화군으로 투신한 미국 청년 로버트 조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철교 폭파 임무를 부여받은 조던은 순박한 스페인 소녀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단 사흘 동안의 사랑이었지만 누구보다 뜨거웠다. 조던은 철교 폭파에 성공하지만 적탄에 쓰러진다. 울며 매달리는 마리아를 떠나보낸 조던은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최후의 총탄을 퍼붓는다. 소설에는 공화군으로 참전했던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도 그의 1차 세계대전 종군 경험을 살린 걸작이다. 미국 군의관 프레드릭 헨리 중위와 영국의 지원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는 이탈리아 전선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다. 둘은 스위스로 탈출해 행복을 얻는 듯했지만 캐서린은 출산중 과다 출혈로 아기와 함께 숨진다. 헨리는 폭우를 맞으며 쓸쓸하게 호텔로 돌아온다. 이 마지막 장면은 전쟁 속에 피어난 사랑의 허무한 종말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북베트남 야전병원 여성 군의관의 일기가 베트남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한다. 1970년 미군의 공격에 맞서다 27세로 숨지기까지 그의 일기를 모은 책 ‘당 투이 쩜의 일기’는 3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일기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열정과 전쟁의 처참함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쩜이 일기에서 ‘M’으로 부른 연인의 존재다. 그는 “M, 어디 있나요? 우리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건가요”라고 전선에서 헤어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쩜은 곧 여전사의 자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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