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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레닌 랜드

러시아의 울리야노프스크는 볼가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아름다운 도시다. 훗날 레닌으로 불리게 되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는 1870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도시를 끼고 흐르는 볼가강의 유역은 풍요로운 농업지대로 예로부터 러시아인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동시에 이 지역은 17세기 스텐카 라진, 18세기 푸가초프 농민반란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만큼 러시아 농촌의 뿌리 깊은 착취와 빈곤을 드러내는 곳이었다.

울리야노프스크에는 레닌의 생가가 본래 장소에 보존돼 있다. 레닌 가족이 사용했던 가구들도 남아 있다. 또 거대한 기념관이 레닌 탄생 100주년인 1970년 건립돼 레닌의 데드 마스크와 여러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 기념관과 주변 공원은 과거 한때 하루 방문자가 1만7천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많아야 수백명인 정도다. 그래서 기념관 내의 일부 시설은 운영에 보탬이 되기 위해 스트립쇼와 보드카가 있는 술집으로 임대되고 있는 형편이다.

소련 시대의 이 성스런 공간이 ‘레닌 랜드’란 이름의 테마 파크로 바뀌는 모양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모로조프 울리야노프스크 주지사는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레닌이야말로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상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공원에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본뜬 광장에서 메이데이 행진이 펼쳐지며 레닌의 모형이 방문객들에게 공산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집단농장 체험장도 생기며 가축 운반용 트럭에 실려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 계획에는 물론 반대가 있다. 1924년 레닌 사망 직후 이 도시 이름이 심비르스크에서 울리야노프스크로 바뀐 것에서 보듯 이곳에는 공산주의의 원조 도시란 인식이 남아 있다. 레닌기념관장은 “소련 시대의 상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언짢아 했다.
이 계획에 미국도 투자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러시아도 흑인 노예농업과 지하감옥 체험이 있는 ‘앨라배마 랜드’를 지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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