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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중국 발 미세먼지, 정부와 민심의 온도차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국민들에게 '최고의 걱정거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3839명에게 가장 불안을 느끼는 위험요소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 3.46점(5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경기침체'(3.38점), '고령화'(3.31점), '실업 및 빈곤'(3.27점), '북핵'(3.26점) 등은 그 뒷전이었다.

조사가 이뤄진 기간은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운위되던 지난해였다. 국민들은 전쟁위기나 지진 등 자연재해보다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고 답했다. 숨도 마음껏 못 쉬게 된 세상이 그만큼 절박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2018. 5월 16일 경향신문 자료


중국이란 변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도 관심사다.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중국은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청와대에는 지난 3월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책을 세워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한달 동안 27만8128명이 동참했다. 앞서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청원인은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과 수명 및 미래가 달린 일"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중국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정부는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까. 그런 건 아니다.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3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또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서도 "한·중 양국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 핵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껴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리 총리는 "미세먼지 원인은 매우 복잡하며 그 이유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과 함께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말이지만, 애써 '덤터기'를 쓰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을 수도 있다. 이것이 국경 없는 오염 물질인 미세먼지의 국외 유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한·중·일 3국이 공동 진행한 미세먼지 연구 결과가 다음달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한다. 역시 다음 달엔 한중환경협력센터도 베이징에서 개소할 예정이다. 물론 이 같은 공동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있다. 피해자로서 우리의 태도·철학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을 하는 것은 그게 부족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국민청원에 청와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이 답변한 내용에서도 눈에 띈다. 그는 "(중국을 포함한 국외요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이 자국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추진중이라며 "중국 등 국외요인이 전혀 없더라도 국내 영향만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책도 함께 가야 한다며 한 말이다.

이런 발언은 중국을 지나치게 이해하려는 심리에서 나왔으며 자칫 피해자의 관점을 놓칠 우려가 있지 않나 한다.

리 중국 총리의 '미세먼지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발언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며칠 전 한 신문은 지난 겨울 수도권을 덮친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세어본 결과 중국과 국내 영향이 사실상 '반반'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로서 태도와 철학 분명히 해야

 

 

 

기상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 32일에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확인해 본 결과다. 바람은 중국에서 43.8%, 국내에서 37.5%에서 불었으며, 중국과 국내 양쪽에서 분 것이 18.7%였다.

한·중·일 공동대응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런 자료를 축적하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또 미세먼지 대책을 세울 때 중국 발 미세먼지와 국내 발생 미세먼지를 한 데 묶어 취급하는 관행도 지양되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 발 미세먼지를 별개의 심각한 문제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비가 개인 요 며칠 먼 산이 가깝게 보이는 게 새삼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1년 중 두 달 가까이 미세먼지 '나쁨'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이민 가기도 쉬운 게 아니고.                                              2018-05-21 11:48: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