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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진짜 죄

2008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화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을 찾았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만이었다.이명박 대통령은 정 장관에게 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4대강 사업의 시작이었다. 지난 4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흘러나왔던 사실들이 이 감사로 최종 확인되었다. 4대강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인물이 이명박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는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며 향후 3~4m만 추가로 준설하면 대운하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가 되게 굴착하고 준설 및 보 설치로 수자원을 확보하라”고 다시 ‘깨알지시’를 했다.

 

4대강 사업 찬동인사 12인.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심재철 새누리당 국회의원 순. /오마이뉴스
   

환경부도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통상 5개월 걸리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10개월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각각 2~4개월 만에 완료했다. 이렇게 3년여에 걸쳐 속도전을 폈다.

총사업비는 22조2천억 원으로 2016년 기준 무상급식을 10년 가까이 할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면 홍수 예방과 생태 복원을 내건 사업이었으니 성과라도 있어야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21에 불과했다. 총비용 31조원 대비 총편익 6조6천억 원으로 계산됐다. 통상 이 비율이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수질 개선 실패하고 국론도 분열

수질개선에도 실패했다.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곳의 수질이 개선되고 7곳이 악화됐다. 특히 사업비가 51% 이상 들어간 낙동강의 수질악화가 심각해 상류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COD, 조류(녹조) 농도가 모두 나빠졌다.

국론도 분열됐다. 당초 70% 넘는 국민이 반대했으나 국토해양부는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선전했다. 이 사업이 38조5천억 원의 생산유발과 35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황당한 추산도 나왔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이다 환경운동가 21명이 처벌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심정이 어떨까. 그는 지난 3월 삼성전자에서 받은 다스 미국 소송비와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돼 있다.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죄목이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런 지시를 한 이유와 근거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고 한다. 측근들만이 ‘정치적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그가 토로했던 확신을 근거로 추측할 수는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친환경 녹색 성장과 녹색 뉴딜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생각했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속도 추구가 체질화된 인물이었다. 토건업자는 원래 세계를 그대로 놔두는 게 아니라 개조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파헤치고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삶의 보람이다.

 

다리는 무너지고, 물은 썩고, 물고기들은 떼죽음 당하고.... 4대강 사업은 재앙의 연속입니다.
/정수근
 

생태파괴 공로로 훈장 받았다니

그런 가치관으로 4대강 사업을 벌였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 그랬던 것처럼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반대하던 사람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그가 말한 이유다. 강철 같던 그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확신은 지금도 변함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에는 적폐적 측면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유공자 1152명에게 훈장(119명)·포장과 표창을 수여한 것도 그렇다. 막대한 국고 손실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 ‘공적’으로 훈장을 받았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며칠 전 4대강 사업 유공자에게 수여한 훈·포장을 취소하기 위한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막대한 국고를 낭비한 환경파괴 사업을 법이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고 부당하게 지시하고 협조한 공무원, 공기업 직원과 학자들에게 수여한 훈·포장은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적폐를 청산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이다.

 

2018-07-11 09:14: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