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지켜야 한다. 이 말이 새삼스러운 이유는 안 지켜지는 공약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올해 초 청와대는 대선 공약사항인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호와 의전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최저임금 공약도 파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시급)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면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내년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됐을 때도 다시 사과했다.

공약은 지키는 게 당연하지만 예산 문제나 사정 변경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문재인 대선 후보도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내놓았다. 387쪽 분량에 4대 비전과 12대 약속, 201개의 실천약속을 담았다. 이를 ‘세부약속’으로 나누면 888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상당수는 잊힐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지켜야 할 공약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공약집 발간사에 언급된 ‘촛불민심’을 구현하는 공약들 말이다. 최저임금 공약은 사소해 보일 정도로 중요하고 포괄적 의미를 담은 공약이 있다. 바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공약이다.

광화문 광장서 전국노동자대회…5만3000명 참석 7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추산 5만3000명이 참가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 12일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는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비율이 85.7%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치 않다.

월급쟁이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

인천공항공사와 노사는 그 뒤 협력사 비정규직 1만명 가운데 보안·검색 인원 등 3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명은 자회사 2곳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회사 정규직이 됐을 뿐 사실상 간접고용 노동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늬만 정규직화’다.

공약집엔 이렇게 쓰여 있다.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정착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감축하겠습니다” OECD는 ‘임시 노동자’란 개념을 쓰고 있는데, 2017년 기준 한국의 임시 노동자 비중은 20.6%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

또 함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진전이 없다. 며칠 전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사용사유 제한 4법’을 발의했을 뿐이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다고 했으나 관련된 법제도 개선안도 소식이 없다.

비정규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은 66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2008년(544만5000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10만명 이상 증가했다. 비정규직 비율도 2014년 32.2%에서 꾸준히 소폭 올라 지난해 33%였다. 월급쟁이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지난해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급여는 정규직이 300만9000원, 비정규직이 164만4000원이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 급여는 2010년 이래 54%~56%로 정규직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한국사회가 회피해서는 안되는 문제

이렇게 차별받는 게 일상인데다 정규직화 또한 더디고 이름뿐이다. 이런 상황이 큰 규모의 파업을 불러온 것은 필연이었다. 지난달 초 급식실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공공무문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사흘 동안 역대 최대 규모로 총파업을 벌였다. 비정규직들은 “학교 안은 카스트처럼 계급이 나눠져 있다”, “우리는 ‘급식실 이모님’으로 불린다”며 처지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정규직 해결,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사회가 절대로 회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정부는 이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두려운 것은 무능 좌파정권이라며 장외투쟁을 일삼는 한국당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넘치는 현실이다. 2019-08-21 05:00:16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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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3일 중국과의 합동훈련 과정에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두 차례 걸쳐 7분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는 경고사격으로 360여발을 쐈다. 외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며칠이 지나 잠잠해지고 있지만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회성 사건으로 돌리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우선 한국과 러시아의 주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튿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러시아 정부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전날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무관(대령)이 우리 국방부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은 그렇게 알게 됐다.

그러나 이 발표는 몇 시간 뒤 뒤집혔다.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전투기가 비행 항로를 방해하는 위협적인 기동을 했다”는 전문을 우리 국방부에 보낸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어쩌다 이런 혼선이 빚어졌나. 러시아 전문 사이트 바이러시아 이진희 대표 생각은 이렇다. 신문사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그는 모스크바와 한국의 시차(한국―6시간)를 감안하면 러시아 대사관 차석무관이 유감을 표명한 시점은 러시아 측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모스크바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외교적 용어로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윤 수석은 그것을 러시아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 덜컥 발표한 것이다. 그 뒤로도 러시아 정부 입장은 한결같이 ‘영공 침범 부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한결같이 ‘영공 침범 부정’

러시아에서 나온 반응에는 ‘공중 난동’ 같은 과격 발언도 있었다. 러시아 공중우주군 장거리 항공대 사령관 세르게이 코빌라슈 중장은 타스 통신에 “분쟁 도서(독도)에서 가장 가까이 근접한 군용기와 도서간 거리는 25㎞였다”며 “한국 조종사들 행동은 공해 상공에서 벌인 ‘보즈두시노예 훌리간스트보(공중난동)’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공은 영토 및 12해리(22.2㎞) 영해의 상공을 말한다. 그는 경고사격 등을 수행한 우리 공군 차단 기동을 두고 ‘훌리건(무뢰한)’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속담이 생각난다. 러시아는 잘못한 게 없다며 당당한 반면 영공을 침범당한 우리는 서둘러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조급한 이유로 이런 분석도 나왔다.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은 일본에 화력을 집중할 때다. 러시아와 중국이 끼어들면 복잡해진다.

니콜라이 마르첸코(왼쪽) 주한 러시아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이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한 한·러 국장급 실무협의를 마친 뒤 로비의 이순신 장군 흉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러시아 대사관 무관들을 다시 불러 영공 침범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자료에는 독도 영공을 침범한 조기경보통제기의 항적 자료와 사진이 포함됐다. 군 당국자는 “경고방송, 차단 기동, 경고 사격 등이 DVR 등 기록장치에 담겼다”며 “러시아 측이 부인하기 힘든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태도를 바꿀지는 회의적이다. 침범 사건이 나자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가 설령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면 진실 공방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태평양에서 미국과 맞선다는 구상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은 치밀한 계산을 통해 시기와 장소를 선택한 전략적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를 선택했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한 첫날을 골랐다는 게 그렇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중·미 대결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일간 갈등이 심해지는 데다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도 유동적인 복잡한 상태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까지 러시아 전력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극동을 관장하는 동부 군관구는 특히 해상 전력을 급격히 보강하고 있다. 육상세력을 자처하는 러시아가 태평양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해상세력과 맞선다는 구상에서다. 이번 독도 영공 도발이 그런 큰 구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한다. 2019-07-29 05:00:15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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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발단은 13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2척이 잇따라 피격된 사건이었다. 미국 측은 즉각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피격당한 고쿠카 커레이저스호 공격에 사용된 선체 부착식 기뢰가 이란군 군사행진에서 공개된 기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란은 유조선 공격이 미국·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 이란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무인정찰기(드론)를 미사일로 격추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지시했다가 철회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 20일의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란을 공습할 경우 예상 사망자 수가 150명에 이를 것이란 답변에 이란 공격을 철회했다고 한다. 전쟁이 자신의 재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위 의견도 고려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위해 백악관 집무실에 모여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격추 이후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이를 돌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페르시아만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출렁이며 중대한 분쟁이라도 터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우리가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 국면은 넘긴 것 같지만 그날 백악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백악관은 온종일 부산했다. 오전 7시부터 관련 회의만 4차례나 열렸다. 국방장관 대행, 중앙정보국(CIA) 국장, 합참의장 등이 불려왔다. 국방부는 이란 공격 공식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초 트럼프를 비롯한 백악관 기류는 대 이란 군사행동을 선호하는 쪽이었다. 트럼프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신이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말살(obliteration)이 일어날 것이다.” 으시시한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 200개 이상

유조선 피격은 아베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난 때 일어났다. 하메네이는 아베에게 “이란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이란에 고조된 반미정서의 표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이란 국제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올 4월에는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로 이란 최대 수입원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미국이 못 미더운 사람은 하메네이나 이란인 말고도 많다. ‘전쟁과 학살, 부끄러운 미국’(2003)이란 책에서 군사전문가 홍윤서는 “미국인들이 신대륙 원주민들을 모두 학살하는 잔혹행위를 저지른 이후에도 항상 주변 국가들을 탐내 150회에 걸친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터진 약 250개의 전쟁 가운데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 200개 이상이라는 집계도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을 원래부터 막강한 군사력에 의존하는 군사주의 국가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벌인 대표적 명분 없는 전쟁으로 꼽힌다. 1964년 베트남에서 통킹만 사건이 발생했다. 북베트남 어뢰정이 미군 구축함을 선제공격한 사건으로, 이 해상전투를 빌미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그러나 1971년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이 사건이 미국측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도 1995년 회고록에서 이 사건이 미국 자작극이었다고 실토했다.

미국의 군사적 행적에 대한 검토 필요

2003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혐의를 씌웠다. 그러나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전력이 있는 미국이 그럴듯하지만 조작된 명분을 들이대며 이란을 치는 시나리오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은 “미국의 도움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미국에 비판적 인식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70년간 미국의 군사적 행적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우리의 미래 행보를 정하는 데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친미·반미 사이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 무작정 갖고 있는 ‘평화애호국’이란 고정관념이 커다란 착각일 수도 있다.

2019-6-4 05:00:11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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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는 독재정권에 부역한 공안검사였음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은 언제까지나 독재자에게 부역한 ‘공안의 후예’로 기억할 것입니다." 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반발하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황 대표는 28년 검사 기간 동안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 2부장을 거쳤고,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내기도 한 공안통이다. 2005년 국정원·안기부 도청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2014년 법무부 장관 때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과정에서 정부 대리인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황 대표는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기간 중 야간 신학교에 편입했고 졸업 후 침례교회 전도사로 활동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로 재직 중인 2004년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개신교 소식지에 기고하며 민영 교도소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은해사 봉축 법요식 참석한 황교안 대표(영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9.5.12 mtkht@yna.co.kr

대표적 공안통이라거나 특정 종교에 독실한 신심이 있다는 사실이 국가 지도자로서 흠결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독선과 아집을 강화한다면 문제다. 신앙은 자유지만 세속국가의 정치를 종교적 계시와 혼동하면 안된다. 둘은 엄연히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기가 어렵다.

독실한 신심이 지도자 흠결은 안돼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좋은 모델이다. 9·11 테러를 겪으면서 그에게는 근본주의적 기독교관이 작동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는 선으로, 테러리스트와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는 악으로 규정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못지않게 독선적·광신적인 성격이 있다. 실제로 부시는 “하느님이 알 카에다를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또 후세인을 치라고 하셨고 그렇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렇게 전쟁에 신탁(神託)의 의미가 부여되면 맹신이 눈을 가리고 논리는 하찮은 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신정(神政) 정치다. ‘신은 우리 편’이라는 철석같은 확신과 독선은 멀지 않다.

다른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그는 서울 시장 때인 2005년 9월 청계천 복원사업 준공 감사예배를 열어 “청계천 복원은 보이지 않게 드린 무릎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고 이루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유사한 종교적 확신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왔다. 4대강사업저지 대책위원장이던 지관 스님은 “눈에 보이는 치적만 생각하는 것이 독선적 신앙을 보는 것 같다”며 “청계천 환상을 믿고 있기 때문에 논의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황 대표의 신앙은 이 전 대통령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진다. 특히 공안통이란 이력이 그의 근본주의적 신앙을 강화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신대 강인철 교수는 책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에서 보수교회의 이념적 특징을 반공주의라고 지적한다. 그는 “민주화 이후 반공주의는 점진적 약화 내지 해체과정을 겪어왔지만, 개신교 반공주의는 결코 약화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불렀으나

황 대표는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했지만 법요식 내내 합장을 하지 않았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시간에도 예법에 따른 반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때도 외빈 중 가장 먼저 호명됐으나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는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나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의 총리로서 참석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나름대로 변신을 꾀하는 것일까. 나는 황 대표가 ‘임을 위한…’의 경우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자신이 신앙에서 후퇴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하는 행동은 앞으로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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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f2416 2019.06.23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수쟁이와 검사의 공통점; 떡을 좋아한다. 먹는것도,치는것도ㅋㅋ황교안 환장하겠네~ http://blog.naver.com/klp654/220662711996

‘웬 등대지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등대지기는 은유다. 세상은 어지럽더라도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며, 이웃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그런 삶의 태도가 등대지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이 ‘등대관리원’인 등대지기는 안전한 항해를 소망하는 배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며 일년 365일 등대 불빛을 밝혀야 한다.

‘등대지기’라는 노래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이 노래를 들을 때 나는 평생 등대지기로 살다 몇해 전 작고한 후배의 부친이 떠오른다.

 

TV 뉴스를 보다 보면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놈이야)”란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시절이다. 일제 때 나고 교육받은 선친에게서 가끔 들었던 일본말을 쓴 걸 허용하기 바란다.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편파수사, 업소와의 유착 관계는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하게 한다. 검찰 경찰 공히 그렇다. 그래서 혼자 이런 우문현답을 하곤 한다. 경찰과 검찰 중 누가 더 부패했을까. 정답은 “민나…”인 게 뻔한데도. 우리는 검경 종사자들 대부분은 청렴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큰 비리 사건이 터지면 이들도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한 소방관들

우리가 부정 부패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 대한민국은 ‘위험사회’를 넘어 초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미세먼지 문제를 보라. 5주기가 코앞인 세월호 참사는 CCTV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유족들은 CCTV를 조작한 해군과 해경, 12차례나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선원과 청해진 해운, 선원 조사 사실을 숨긴 국가정보원, 인양 후 세월호 선체 이상을 숨기려 한 기무사 등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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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희한한 일이 있다. 공권력이 부패했다는 비판이 드높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유지·지탱되고 있다는 게 그렇다. 어째서일까. 대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등대지기’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등대지기’들 덕분이라는 말이다. 그 등대지기들은 어디에 있을까. 멀리 갈 것 없다.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평범한 민초, 장삼이사가 그들이다. 이것이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확실한 이유다.

요 며칠 엄청난 산불이 강원도 동해안을 휩쓸어 큰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전국에서 달려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한 소방관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 이들은 소방관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등대지기들이다. 고생한 산림청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유석종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파출소장도 도시의 등대지기다. 그는 노인들이 앉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를 개발해 관내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 등에 설치했다. 60개 의자는 이름하여 ‘장수의자’다. 노인들의 무단횡단이 확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한명의 시민이라도 안전해지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시민의 시선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은 최근 30억원 규모의 ‘김윤식 기금’을 2022년 개관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에 기부했다. 유족은 “김 선생님은 남긴 모든 것을 다 한국문학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셨다”고 말했다. 생전 김 교수의 그 생각도 등대지기의 마음이었다고 믿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사람들

‘등대지기’의 삶을 산다는 건 정치성향과는 상관이 없다. 보수나 진보의 문제 이전에 삶의 본질과 맥이 닿는 문제이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참된 보수주의자가 등대지기의 삶을 살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보수가 존엄해질 수 있는 건 보수의 최소 조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다. 이런 보수 본래의 가치관이 등대지기와 가깝다.

현실에서 등대지기는 줄고 있다. 2015년 현재 전국의 유인등대는 38개에 불과하다. 1997년엔 49개였다. 무인등대로 전환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무인등대는 시설을 자동화해 중앙에서 관리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낭만을 간직한 유인등대가 사라져가는 것은 막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은유로서의 등대지기는 건재해야 한다. 또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2019-04-08 09:36:04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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