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가 요구한 것은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에 이어 특조위 상임위원들과 비상임 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농성은 흔하다면 흔한 투쟁방법이지만 이 위원장의 단식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유난히 뜨거운 염천에 60대의 장관급 인사가 벌인 것이란 사실이다. 그의 단식을 부정적으로 본 몇 언론이 놓치지 않고 꼬집은 것은 특히 '장관급 인사'란 부분이다.


명색 장관급 정무직이라는 사람이 운동권식 투쟁을 벌이느냐는 힐난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치인은 예외로 치고 단식은 보통 장삼이사들이 쓰는 수단이었다. 이태 전 이곳에서 4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 같은 경우다.

장관이란 게 어디 간단한 자린가. 1992년 대선 직전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김기춘 법무장관은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안 해봐서 모른다.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아나, 모르지." 장관이 누리는 권력의 달콤함을 천마디 말보다 실감나게 표현했다.

한데 어떤 장관급은 차량은 물론 사무실 복사용지도 없어 쩔쩔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끝났다며 예산 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상 특조위 활동기간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최장 1년 6개월인데 정부는 이 날을 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로 간주해 지난 6월 30일로 활동기간이 끝났다고 본다.

 

이석태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조위 조사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지속적으로 진상규명 활동 방해한 정부

그러나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법해석이다. 뉴스타파가 6월 3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특별법을 통해 구성된 역대 정부 12개의 위원회는 모두 위원회의 구성 시점을 법률 제정 후,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시행령을 바탕으로 조직과 예산이 확보된 후로 기산하고 있었다. 세월호 특조위가 예산 배정을 받은 건 작년 8월 4일이었으므로, 이 관행에 따르면 활동기간이 8개월이나 깎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진상규명에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더 엄밀히 말하면 그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해왔다. 그러니 선체 인양과 선체 조사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 같은 시점에 특조위 문을 닫으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구사하는 전략이 세금도둑과 피로감이란 '프레임'이다. 그것은 정권과 일부 언론의 합작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 1월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조위를 '세금도둑'에 비유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특조위 활동연장을 두고 "국민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라며 국회에서 협의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특조위 초기부터 사업비를 대폭 삭감한 예산을 늑장 지급했고 조사 공무원 수도 제대로 채워 파견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나오는 반응은 이런 것이다. "특조위가 그동안 수백억 예산을 펑펑 써놓고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4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여기에 언론은 특조위가 비즈니스 요금으로 출장을 계획했다고 오보를 하거나 150억원인 예산을 369억원이라고 뻥튀기해서 쓰며 화답한다. 피로감 문제를 보더라도 장기화한 참사로 인해 그런 시민들도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원인은 진상규명을 외면한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철탑농성과도 일맥상통


 

지난 2012년 12월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73일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노조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


이 위원장은 자신의 행동을 '구조요청'이라고 했다. "특조위 선장으로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단식이 가장 자기희생적이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의사표현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단식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말을 생략했을 것 같다. 그 점에서 이 단식농성의 심리는 노동자들의 철탑농성과도 통한다.

 

그들이 높은 철탑으로 올라간 건 지상에선 아무리 외쳐도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철저히 봉쇄됐기 때문이다. 단식과 철탑농성은 둘 다 절박하지만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의 소산이다. 이 사회가 자율의지를 잃은 좀비들이 횡행하는 곳 같을 때 다른 선택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2016-08-08 11:31:38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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