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독도를 전격 방문한 것을 계기로 한·일 수교협상 당시 두 나라에서 제기된 바 있는 ‘독도 폭파론’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진영이 독도 폭파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시점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방의 포문은 문 의원이 열었다. 1965년 미국에 간 박정희 대통령이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일 수교협상의 걸림돌인 독도를 폭파해버리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 측은 이 발언이 일본 측에서 나온 것이라며 문 의원 측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문 의원 측은 다시 상세한 자료를 냈다. 미국 국무부 비망록에는 박 대통령이 한·일 수교문서 서명 한 달 전인 1965년 5월27일 러스크 장관 집무실에서 “수교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다.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돼 있다.
엄밀히 보면 독도 폭파론의 저작권은 일본에 있다. 1962년 9월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한·일 회의에서 이세키 유지로 아시아국장은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라며 “크기가 히비야 공원 정도인데 폭파라도 해서 없애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반발을 부른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일본이 이러는 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리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해 10월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을 찾아가 협정 체결에 방해가 되는 독도를 폭파하자고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우리 쪽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의 이런 언행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 의원 측은 지도자들의 역사의식 부재를 개탄한다. 그 연장선에서 생각이 즉흥적이어서 심모원려(深謀遠慮)가 부족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지키려면 장기적·종합적 안목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목전의 이익에 빠져 큰 그림을 놓친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그렇다. 국면전환용 깜짝쇼를 통해 단기적 지지율을 높였는지는 모르나 그런다고 임기말 레임덕을 피할 것 같지도 않다. 독도 폭파론과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이 겹쳐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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